자음과모음 계간지 2021 여름

자음과모음 계간지 2021 여름

저자 자음과모음 편집부
저자2
출판사 자음과모음
발행일 2021-06-01
사양 456쪽 | 652g | 170*240*19mm
ISBN 2005-2340
분야 문예 계간지
정가 15,000원

게스트 에디터이날치

그들이 보여주는 확장

 

계간 『자음과모음』 2021년 여름호(통권 49호)의 게스트 에디터는 판소리에 현대적 팝스타일을 조화시켜서 ‘조선 힙스터’ ‘K 조선 아이돌’ 등으로 불리며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날치’이다. 판소리라는 오래된 영역의 예술을 당대의 감각으로 재현하는 이들의 행보는 큰 반향을 이끌어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이라는 국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한국적이라는 감각들이 과거의 민족주의적 양상과 달리 ‘K’로 치환되는 지금, 이날치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예의 ‘국뽕’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그 ‘갱신’의 감각을 요청하고자 했고, 멤버들 각자가 자유롭게 지면을 꾸렸다. 여성 예술가의 현재(이날치 권송희, 김혜순, 백은선 시인), 소리라는 음성과 활자라는 텍스트의 결합(이날치 신유진, 서예가 이정화), 〈수궁가〉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좌담:신호림, 이날치, 전기화), 소설과 음악을 잇는 작업(정선엽, 정중엽), 소리의 리듬을 활자로 표현하는 등(이날치 이나래, 안상수 파이포그라퍼)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지면을 선보였다.

 

 

새로운 작가의 탄생, 신인문학상경장편소설상 발표

강영숙, 서이제, 우다영, 이선진 소설가의 신작 단편소설

 

게스트 에디터로 이날치가 참여한 만큼 기록 지면에서는 K+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문화 현상들을 조명해보았다. 『갈등하는 케이, 팝』의 저자 이규탁은 ‘케이팝’의 기원을 상세히 보여주면서 “글로벌 보편성과 지역 특수성”이 대립하며 공존하는 흥미로운 맥락을 짚어낸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논픽션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전국축제자랑: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를 쓴 박태하 작가가 그 책의 강렬한 후기를 보내왔다. 경남 밀양시의 ‘밀양아리랑대축제’가 가장 K스럽다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유를 이 글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지방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이 어쩔 수 없는 ‘낙차’로 인해 K의 그림자를 감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유쾌한 글의 말미는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K-드라마 권위자(?)라고 할 수 있을 김민정은 자신의 드라마 유랑기를 바탕으로 K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어떤 지점에서는 반드시 공감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소설이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맛깔나는 타래로 소개했던 현종희 님도 이 자리에 모셨다. 미국적 가치의 정수라고 할 만한 텍스트를 섬세하게 읽어낼 때조차 우리는 여전히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가 오히려 ‘더 하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떠다니지 않을 수 없다. 기록 지면에 실린 네 편의 글을 통해 K스러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창작 지면 역시 어느 때보다 더욱 풍성하다. 소설 지면에는 강영숙, 서이제, 우다영, 이선진 소설가가 시 지면에는 김연덕, 오석화, 이근화, 장미도, 조시현, 진은영, 조용우 시인이 작품을 보내주셨다. 또한 두 분의 신인작가를 소개한다. 김나현 작가가 「안의 세계」로 신인문학상을, 이수안 작가가 『시커의 영역』으로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두 심사 모두 수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만큼 작품의 장점이 탁월했고, 주저 없이 선정할 수 있었다. 수상자가 보내온 소감도 꼭 읽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우리가 주목한 새로운 필자, ‘크리티카 : 사설

또 다른 계절에 맞이하는 ‘2021 여름의 시소

 

크리티카 지면에는 ‘사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단어가 지니는 다양한 의미를 염두에 두고, 신인 평론가 다섯 분의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새로운 필자들을 통해 작품에 다시 한번 접근해보기로 했다. 한 작품을 두고 그것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쓰는 글이 아니라, 혹은 어떤 담론에 동원하기 위한 자료로 작품을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말로 그 작품에 대한 섬세한 독해가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다섯 분의 필자가 기대에 부응하는 글을 주었고, 무척 다행스럽게도 각각 다른, 다섯 편의 작품을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여름의 시소’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자모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첫 시도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두루 보완하여 시와 소설을 함께 읽었다. 이번에는 외부 선정위원으로 교보문고 북뉴스 에디터이신 박수진 과장님, 예스24에서 여러 콘텐츠를 기획하시는 신연선 기자님을 모셨다. 마케터나 기획자의 관점으로 당대의 한국문학이 어떻게 읽히는지 가까이에서 들어보고 싶었고, 무척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이인 시인의 「불시착」과 이서수 작가의 「미조의 시대」를 선정작으로 꼽았다. 우리가 총 여덟 편의 작품에 관해 나눈 많은 이야기들을,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 주고받은 대화들을 지면과 더불어 영상으로도 확인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게스트 에디터의 말

 

거울 속에 비친 엄마들

여성 소리꾼으로서 임신과 출산을 겪고 육아를 1년 반 남짓하며 초보 엄마티를 살짝 벗고 있다. 아이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지만, 예전의 ‘나’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절망도 저 너머 둥둥 떠 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싶었다. 세대를 초월하며 아이를 낳고 키움에 대한 정신적 공감대와 연대를 하고 싶었다. 백은선 작가님 시를 읽고, 김혜순 작가님 시에 내 아기의 목소리와 울음소리를 얹어 거울 속 공간을 하나 더 지어보았다. 어떤 블로그에서 영화 <아가씨>의 대사를 인용하며 아기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고 했는데 이보다 찰떡인 비유가 있을까? _권송희

 

흐름을 적어내는 예술, 글씨 그리고 소리

이번 작품은 서예가 이정화가 소리꾼 신유진의 시간이 차곡하게 쌓인 사설집 위에 획을 통해 리듬을 얹어내며 완성되었다. 글씨를 듣고 노래를 읽어 마음으로 꼭꼭 씹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_신유진

 

조선의 블랙코미디:〈수궁가다시 읽기

시작은 “수궁가 속 인물들이 지금을 살아간다면 어떤 삶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였다.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속 인물의 접점을 찾아가다 보면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동시에 고전이라는 것이 오늘의 현실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도 거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소위 ‘전통’이라는 이름이 붙은 무언가를 현재 행하는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작업에 대한 고민을 ‘수다’ 떨며 나누고 싶었다.

이런 작업이 시끄러운 만큼 외롭기도 하다. _안이호

 

공간을 노니는 활자들

스승님은 늘 ‘이면에 맞게 소리하라’라고 입이 닳도록 말씀하셨다. ‘저기’와 ‘여기’, 두 단어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소리의 기교와 음색, 박자 모두 그것을 상상할 수 있게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면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좌에서 우로 이동하던 사설들이 책을 넘어 공간의 앞뒤 위아래 할 것 없이 구석구석을 떠돌며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춘다. 안상수 선생님께서 활자는 소리의 무덤이 아니냐 하신 말씀이 인상 깊다. 죽어 있는 것을 흔들어 깨우는 상상을 책을 보는 이, 음악을 듣는 이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수궁가> 중 ‘범 내려오는 대목’을 노래 부르듯 나름대로 사설 드로잉을 해보았고, 안상수 선생님의 사진과 타이포그래피로 재탄생되었다. _이나래

 

여름날의 캐치볼

나에겐 두 살 터울의 형이 있다. 사실 기타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형이 플레이스테이션(게임기)을 팔고 그 돈으로 악기를 사는 게 어떻겠냐, 라는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소설을 쓰고 있는 형과는 몇 년간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해도 답이 오지 않았다. 이제는 반쯤 포기하고 살고 있을 즈음, 이번 기획을 통해 가족 또는 형제에 관한 형의 생각들을 들어보고 떠오르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해서 책에 싣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기타와 Wurlitzer 건반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매미들과 새들에게 메인 멜로디를 맡겼다. _정중엽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