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계간지 2020 겨울

자음과모음 계간지 2020 겨울

저자 자음과모음 편집부
출판사 자음과모음
발행일 2020-12-01
사양 428쪽 | 170*240 
ISBN 977-20-052-3400-1 03900
분야 계간지
정가 15,000원

계간『자음과모음』 2020년 겨울호

‘게스트 에디터’ 영화감독 김보라
주제는 ‘불안 | 연결성’

계간 『자음과모음』 2020년 겨울호(통권 47호)가 꾸려졌다. 편집권 자체를 다양한 사람들에게 개방하여 문학잡지 기획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매호 독특하고 신선한 글로 채워질 ‘게스트 에디터’ 지면의 이번 기획자는 영화 〈벌새〉의 감독 김보라이며, ‘불안 | 연결성’이라는 주제로 다채롭게 꼭지를 구성했다.

이 기획은 영화감독 박찬욱의 서늘하게 아름다운 사진들로 시작하여 명상가 이혜영과의 연결성에 대한 인터뷰로 끝난다. 그리고 불안에 대한 좌담(김현민 기자·윤가은 영화감독·이지원 영화감독), 세 편의 에세이(김경묵 영화감독, 이병헌 영화감독, 강유가람 영화감독)와 그림(박정은 작가), 영화인들이 불안할 때 읽는 다양한 책(김새벽 배우, 김일란 다큐멘터리감독, 김혜리 기자, 김희정 영화감독, 유은정 영화감독, 이경미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오고 가는 감정들을 관찰하고 두려움에서 ‘사랑의 상태’에 접속하는 것, 그것이 마지막 장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이야기이다. 이 기획에 많은 영화인이 말, 글, 사진, 그림을 나눠주었다.

풍성한 시와 소설 그리고 ‘기록 : 작가의 불안’
나일선, 문목하, 안보윤, 윤성희, 전혜진 소설가의 신작 단편소설

창작란도 풍성하다. 김유림, 심민아, 윤유나, 이다희, 이원석, 임현정, 최인호 시인의 신작시와 나일선, 문목하, 안보윤, 윤성희, 전혜진 소설가의 단편소설이 준비되어 있다. 기록 지면은 ‘작가의 불안’이라는 키워드 아래 박지일, 이유운 시인과 이원석, 이주혜 작가가 채워주었다. 글을 쓰는 일상을 통해서 삶을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사소하고도 예리한 불안에 거듭 베이는 일인가를 ‘기록’ 지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또한 쉽지 않았을 이 고백들이 더 많은 우리의 밤을 순한 꿈으로 채워줄 것이다.

오늘의 비평 담론, ‘크리티카 : 비평의 불안’
지난 계절의 좋은 작품을 선별해 일목요연하고 아름답게 소개한다, ‘큐러티시즘(Curation+Criticism)’
김유태, 노지양, 오은교, 조대한의 테마 리뷰

크리티카의 지면은 특별히 ‘비평의 불안’이라는 주제로 채워보았다. 지난 몇 해간 크고 작은 변혁의 요구를 대내외적으로 수렴해온 한국문학은 지금 ‘비평은 무엇인가’를 다시 심문하는 자리에 있다. 작가와 작품을 읽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에서부터 문학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입에 이르기까지, 지금 여기의 비평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20년, 비평은 여전히-다시 불안한 자리에 놓여 있는 듯하다. 독자의 불신에 대한 불안, 소모적 담론에 대한 불안, 부당한 위력과 불편한 속도에 대한 불안, 비평의 과소와 과대에 대한 불안 등 비평을 둘러싼 수많은 불안은 지금껏 누적된 비평의 지반을 뒤흔들고 그것을 근본부터 다시 성찰할 것을 요청한다. 그리하여 지금의 비평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작가와 작품과 독자를 대하는 비평가의 태도와 윤리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질문해보고자 했다. 그런 바람으로 꾸준히 글을 발표하며 자신의 비평적 입지를 보여주고 있는 강지희, 노태훈, 소영현, 한영인 평론가의 글을 싣는다.

큐러티시즘의 계간평은 각각 김보경, 박서양 평론가가 맡아주었다. 김보경의 글은 김승희와 임솔아의 시를 통해 팬데믹 시대에 도저한 몰락과 부정의 상상력이 우리의 삶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질문을 던지며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결단을 수행하고 있다는 낙관을 보여준다. 박서양의 글은 이주란, 김채원, 이미상의 소설을 차례로 통과하며 한 사회를 규정하는 데 필수적이라 할 법한 여러 정상성의 기준과 그것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채 살아가는 개인적 삶의 면모를 대비시키며 비가시적인 폭력에 대해 질문한다. 두 편의 글을 통해서 현재 한국문학이 바라보고 있는 같고도 다른 삶의 양상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것이 문학으로 수용될 때 어떤 전망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일단의 비평적 대답을 들어볼 수 있다.

테마 리뷰는 지난 1년간, 각자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꾸려온 장기 프로젝트였다. 김유태 시인은 ‘침묵’으로 향하는 단계를 상실과 결핍, 불안과 예감, 고독과 몽상, 침묵과 죽음으로 나누며 박상륭, 장-뤽 낭시, 모리스 블랑쇼, 막스 피카르트의 글을 따라 읽는 값진 시간을 선사한다. 노지양 번역가는 ‘고백록’이라는 주제하에 두 권의 성폭력 생존자의 기록을 살피며, 어떤 정교하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고백록은 타인에게 자유와 그것에 대한 열망을 준다는 것을, 다시 말해 또 다른 고백을 불러온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오은교 평론가는 ‘세계관’이라는 주제로 한정현 작가의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읽는다. 이 소설에 대한 섬세한 분석으로 퀴어와 여성들에 대한 소설적 전략과 그것을 해석하는 자의 불안을 여성의 입장에서 치밀하게 대변하 는 소중한 글이다. 조대한 평론가는 ‘한 편의 시’라는 주제로 한여진 시인의 「Beauty and Terror」를 두고 시인과 나눈 깊은 대화를 옮긴 글을 보내주었다. 이 글은 시인 본인이 다시 읽는 시는 완전히 새로 쓰이는 작품이기도 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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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맡을 즈음에 나는 삶 속에서 불안이 주는 영향에 대해 알고 싶었다. 바라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과거에 대해, 좋은 일이 찾아와도 불안했던 현재에 대해 알고 싶었다. 창작한다는 것은 불안과 친구가 돼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첫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그것을 글로 옮길 때, 다 만들고 평가를 받을 때, 악의에 찬 평가를 만날 때, 좋은 평가에도 마음이 스산해질 때, 다음 작품을 쓰기 전의 백지를 맞닥뜨릴 때 단계마다 크고 작은 불안을 맞이한다. 불안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만난 자리에서는 서로의 이야기가 아닌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가 밤새 떠돌기도 한다. 그런 자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밤이면 오늘 우리가 정말 하고 싶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듣고 싶었다.

_2020년 겨울호 「게스트 에디터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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