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음과모음 계간지 2025 겨울
| 저자 | 자음과모음 편집부 |
| 저자2 | |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 발행일 | 2025-12-01 |
| 사양 | 600쪽 |
| ISBN | 2005-2340 (54) |
| 분야 | 국내도서 > 계간지 > 문학 |
| 정가 | 18,000원 |
2020년대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한국문학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팬데믹의 충격과 함께 열린 2020년대는 누군가에게는 유례없는 통제와 억압의 시기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연대와 극복의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겠지만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국가와 민주주의, 권력과 저항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한 정치적‧윤리적 전진은 2020년대 압도적인 시대의 파고 앞에서 잠시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축적된 정치적 에너지가 위기와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핵심적인 토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201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K로 지칭되는 한국문화의 영향력은 거의 정점에 이르렀고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전환기를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의 한국문학은 어떻게 명명되고 기록될 수 있을까. 이번 『자음과모음』 겨울호는 2025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020년대 전반기 한국문학의 주요 작품을 호명해보고자 한다. 각각의 필자가 길어 올린 키워드를 통해 시대의 변화와 문학적 흐름을 음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계: 2020
『자음과모음』 [크리티카] 지면은 ‘2020년대의 절반이 꽉 채워진 지금, 우리는 어떤 문학을 마주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채워졌다. 문학평론가 김보경은 최근 한국 시의 경향을 자동화된 메커니즘의 속도와 반복으로 정의하는 흐름이 미처 포착해내지 못한 지대를 재고한다. 문학평론가 안세진은 모계 혈통 또는 부계 혈통으로 특징지어지던 한국문학 속 가족 로망스를 새롭게 주목한다. 송연정 문학평론가는 느슨한 연대의 가능성과 광장의 온기마저도 사라진 지금, 움츠러든 ‘나’들의 우정은 어떻게 지각되고 있는지를 최근 한국 시에서 읽어낸다. 이희우 문학평론가는 신이인과 백가경의 시로부터 읽어낸 ‘유행’의 단상을 담아낸다. 마지막으로 문학평론가 정의정은 대중문화로서의 케이팝이 문학의 “불가능 조건과 가능 조건이 뒤엉켜 순환하는 복잡한 양태”로 역동하면서도 빈틈을 드러내는 양상을 김기태, 이유리, 이희주의 소설로 그려낸다.
2025 겨울, 자음과모음이 선택한 이야기
문학의 많은 자리 ‘노태훈, 서호준, 성해나, 함윤이’
저마다의 열기로 지면을 따뜻하게 데운 창작 작품들
이번 호 [담: 좌담]에서는 [크리티카]의 주제와 연결되는 ‘문학의 많은 자리’에 대해 노태훈 문학평론가가 서호준(시인), 성해나(소설가), 함윤이(소설가) 작가를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창작]란도 풍성하다. 강우근, 김경인, 성다영, 송희지, 윤유나, 이소호, 한연희의 시와 이준아, 이희주, 조해진, 최정화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이장욱의 장편 『켄의 행방』은 이번 연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악의 인간학’이라는 새로운 윤리학을 고안한 소설가 강지영
[작가] 코너의 주인공은 소설가 ‘강지영’이다.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폭력이 디폴트 값으로 정해진 세계,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구조를 그리는 강지영의 소설에 주목해, 사회의 악을 고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 안에서 발견되는 악까지도 망설임 없이 고발하는 소설의 진실성을 ‘악의 인간학’이라는 새로운 윤리학으로 짚어낸다.
직감과 울림의 영역까지 탐구하는 번역가 허여 셀린느
‘앤 카슨’의 문학에 내재된 복잡한 균열과 솟아오르는 코러스
매번 공을 들여 필자를 모시는 [역: 번역가의 방] 코너는 번역가 허여 셀린느의 글로 채워졌다. 기술적 유창함이나 문법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직감과 울림의 영역까지도 탐구하는 그의 에세이는 번역을 예술의 장르라고 부르기에 어려움이 없게 만든다.
[평: 해외문학]은 앤 카슨의 문학에 내재된 복잡한 균열과 솟아오르는 코러스를 윤경희 문학평론가가 깊이 있게 읽어낸다.
겨울을 매만지는 온기로 읽은 시와 소설
『자음과모음』만의 계간평 [시소] 코너에서는 지난 계절에 이어 김유림·신예슬 평론가가 시를, 민가경·이지연 평론가가 소설을 읽어주었다. 두 사람의 접속인 동시에 해석적 쟁투이기도 한 이 지면을 네 명의 필자가 우정과 깊이로 가득하게 채워낸다.
[독] 가을의 책에서는 조성아 평론가가 근작 단행본을 두루 살펴봐주었다. 시집, 장편소설, 연작소설집 등을 가리지 않고 평하며 치우치지 않는 선함을 몸소 행하면서도, 희망의 무게로 계절의 일관성을 보여준 글의 미덕은 겨울을 매만지는 온기가 활자로 느껴지게 만든다.
다채로운 즐거움으로 오감을 자극할 장르문학
제13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발표
이번 겨울호에는 다채로운 즐거움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장르문학 공모전인 네오픽션상 발표가 이루어진다. 제13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은 손필립의 『아브라카다브라』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머리글
전청림 세계의 주인, 문학의 주인
크리티카: 시계: 2020
김보경 2020년대 시의 비인간 주체와 리듬론
안세진 신 가족 로망스—2020년대 한국 소설의 이모, 고모, 그리고 삼촌
송연정 신인류의 우정—2020년대 시로부터 발견하는 ‘우리’의 가능성
이희우 유행에 대한 단상—신이인과 백가경의 시에서 패션과 기믹의 활용
정의정 세상의 환호성에 파묻힌 미친 사랑의 속삭임—2020s 케이팝 시대 문학정치의 (불)가능 조건
담: 좌담
노태훈, 서호준, 성해나, 함윤이 문학의 많은 자리
문학상 발표
제13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시
강우근 스포츠센터 외 1편
김경인 음각박물관 외 1편
성다영 éclat 외 1편
송희지 어떤 여행 3 외 1편
윤유나 널 보내줄게 외 1편
이소호 엄마 우리는 친구예요 외 1편
한연희 얼굴무늬 수막새 외 1편
단편
이준아 우람한 핸디우먼
이희주 작가님, 작가님 우리 작가님!
조해진 영원의 하루
최정화 암베드카르의 마지막 요리
장편
이장욱 켄의 행방 (3)
작가: 강지영
심진경 작가론: 하드보일드 킬링 월드와 생존자의 모럴—강지영의 범죄소설을 중심으로
강지영 에세이: 내 몫이 아닌 것
역: 번역가의 방
허여 셀린느 번역가는 언제나 사이에 산다
평: 해외문학
윤경희 앤 카슨, 스파라그모스, 유동체
시소
김유림·신예슬 그러나 시의 여기 있음
민가경·이지연 더 멀리, 혹은 덜 멀리
독: 가을의 책
조성아 믿음 매만지기
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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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공모
산문화 경향의 우세로 설명되는 현대시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현대시, 특히 동시대 시에서 리듬을 논하는 일은 다소 시대착오적인 일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좁은 의미의 운율 개념에서 벗어나 리듬을 바라볼 때, 리듬은 인간의 몸, 사물, 일상생활과 도시적 공간 사이를 연결하고 가로지르는 요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가령 르페브르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비판할 때 이를 리듬론을 통해 접근한 바 있지 않았던가. 요컨대 그가 주장한바 인간의 노동을 비롯한 행위들의 사회적인 조직화가 기계적 반복과 같은 특정한 리듬의 체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에 균열을 가하거나 저항하거나 그 빈틈을 넓히는 하나의 방식이 다른 방식의 리듬을 발견하거나 고안하는 것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보경, 「2020년대 시의 비인간 주체와 리듬론」
2020년대 이후의 동시대 한국 소설을 따라 읽으며 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설 전면에 새롭게 등장하는 ‘이모’ ‘고모’, 그리고 ‘삼촌’의 형상이다. 이전의 가족 로망스가 어디까지나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벌어지는 유형화된 세대-젠더의 드라마를 패러디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구축되었다면, 최근 한국 소설에서 그러한 마스터 플롯은 무엇보다 ‘이모-고모-삼촌’으로 대표되는 방계 혈족과 조카의 이야기로 변주되는 모습을 보인다. 친모와 친부가 그러하듯 ‘나’와 직접적인 혈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곧장 포괄적인 ‘엉클uncle’이나 ‘언트aunt’의 지위로 비약해버릴 수도 없는, 이 애매한 위치의 ‘혈족’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호명되고 있는 것일까? 허락되지 않는 방계의 우회로를 경유하여 이 불온한 조카들은 대체 그들로부터 무엇을 은밀히 상속받고 있는 것인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가족 로망스의 모습으로부터 우리가 그러한 변화를 촉발한 시대적 정동이라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안세진, 「신新 가족 로망스―2020년대 한국 소설의 이모, 고모, 그리고 삼촌」
2020년대 시의 보편 감각 중 하나가 무기력이라고 한다면, 그 증상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의 화자 그리고 현실의 ‘나’들이 가만한 형상으로 멈추게 된 맥락을 찬찬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동시대에 발표되는 시들로부터 감지할 수 있는 분리되었다는 자각과 우울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종류의 마음이다. ‘나’들은 어쩌다 “스스로를 잃고/잊고/헤매”게 되었으며, 종국에는 이전 세대에 비해 움츠러든 포즈로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만 간신히 말해볼 수 있게 되었을까. 이러한 ‘나’들을 과연 어떻게 ‘우리’로 재정의해볼 수 있을까. 아니, 무엇보다도 각자에게 남은 거친 절단면을 애써 못 본 체하며 ‘나’들을 다시 ‘우리’로 묶어내는 일이 지금의 현실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송연정, 「신인류의 우정―2020년대 시로부터 발견하는 ‘우리’의 가능성」
유행은 어려운 이론적 주제이기 이전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하고 견인하는 현상이자 힘이기도 하다. 유행은 우리의 일상에 다양성과 풍요를 가져다주고, 온갖 욕망과 감정을 촉발한다. 하지만 유행을 끊임없이 변화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욕망과 감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유행이 정동을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유행과 정동이 서로를 구성하며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 유행은 낡지 않은 것을 낡았다고 느끼게 하고 소비할 필요가 없는 것을 소비하게 한다. 유행은 그러한 조급함이나 충동을 부채질하는 발명과 혁신, 생산의 규모, 홍보, 소문, 알고리즘, 모방 욕구, 정념, 충동 등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이희우, 「유행에 대한 단상―신이인과 백가경의 시에서 패션과 기믹의 활용」
‘정치’에 대한 사유 없이 ‘정치성’을 논하는 담론은 대중문화(특히 이 글이 주목하는 케이팝과 그 팬덤 문화)의 공적·사적 담론장(정부, 학계, 언론부터 블로그, X(구 트위터)까지 모두 포함)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대중문화의 정치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어난 시기는 2020년 전후로, BTS와 블랙핑크 등 케이팝 가수를 위시한 대중문화 산업의 규모가 전례 없이 커진 맥락과 관련이 있다. 2020년이 분기점이 되는 이유는 팬데믹에 따른 물리적 거리 두기 이후 온라인/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확장된 세계관이 케이팝/대중문화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최근 계엄-탄핵 정국을 통과하면서 ‘응원봉 군단’, ‘민중가요로서의 케이팝’이 정부와 언론에 의해 호명되며 대중문화의 저항성을 긍정하는 담론은 거의 주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담론의 반복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거스르지 않는 수준에서 정치, 변혁, 저항에 대해 언급하며, 대중문화와 그것의 행위자 혹은 케이팝과 그 팬덤을 좋은 주체와 나쁜 주체로 가르는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스럽다. 대중문화의 주류 담론이 주체 내부의 퀴어함을 끊임없이 언어로 안정화한다면, 그 반대편에는 언어 내적으로 탈동일화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문학과 비평이 있어야 한다.
—정의정, 「세상의 환호성에 파묻힌 미친 사랑의 속삭임―2020s 케이팝 시대 문학정치의 (불)가능 조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