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음과모음 계간지 2025 가을
| 저자 | 자음과모음 편집부 |
| 저자2 | |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 발행일 | 2025-09-01 |
| 사양 | 536쪽 |
| ISBN | 2005-2340 (53) |
| 분야 | 국내도서 > 계간지 > 문학 |
| 정가 | 18,000원 |
오늘날 작가란 무엇이며 또 누구를 가리키는가. 새삼스러운 물음 같지만, 지금 우리가 놓인 시대적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한 개인이 자신의 창조성을 발휘해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예술의 본령이라면, 여전히 그 전통적 의미에 기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가 문학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손끝에서 하나의 세계가 탄생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듯 보인다. 대부분의 예술 장르는 협업이 일반화되었고, 인공지능의 도래는 ‘저자’라는 개념 자체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음과모음』 가을호에서는 이 오래된 문학적 주체, ‘작가’에 관해 다시 묻고자 한다. 수많은 문학이론이 작가로부터 분리된 ‘텍스트’를 강조해왔지만, 작품의 해석과 판단 그리고 책임에 있어 작가를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었다. 이에 잡지는 최근 한국문학계에서 불거진 작가 관련 이슈들을 비롯해 저자성에 관한 이론적 검토,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글쓰기 양상 등을 아우르며 오늘의 ‘작가성’을 다각도로 성찰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이론적 논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의 존재가 여전히 문학을 살아 있게 하는 힘인지, 혹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어야 할 개념인지 독자에게 묻고 함께 탐색한다. 문학과 예술의 주체로서의 ‘작가’에 대해, 그것에 내포된 의미와 파동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문학 안에 있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믿는다.
작가, 다시 규정/구성하기
『자음과모음』 이번 [크리티카] 지면에는 작가성에 대한 다섯 편의 글이 담겼다. 문학평론가 노태훈은 지난 십 년간 펼쳐진 작가성의 문제 등을 짚어보면서, 저자가 배제된 작품의 현장에 독자가 들어오며 달라지고 있는 문학의 장을 살펴본다. 문학평론가 이경진은 ‘저자’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검토하며, 저자의 윤리적·도의적 책임의 발현 등으로 저자성 개념이 이전과는 다른 국면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영화평론가 유운성은 소여헨의 작품 세계를 중심으로 영화 속에서 구현되는 작가성과 민중성이 구현되는 방식을 통해 작가성에 대한 다른 관점을 증명한다. 기술노동자 고아침은 현재 가장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과 창작자(작가)가 어떤 역할 관계를 맺고 경쟁·경계하고 있는가를 다루었다. 문학평론가 백지은은 작품 속 인물이 시대의 객체성을 지향하며 ‘재현’되는 특징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주며, 여성 서사와 소수자 글쓰기를 통해 저자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낸다.
2025 가을, 자음과모음이 선택한 얼굴들
비평가이자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 깊고도 유쾌한 ‘김홍’
이번 호 [담: 인터뷰]는 [크리티카]의 주제와 연결되는 서면 인터뷰가 실렸다. 일본 비평가 사사키 아타루에게 일본 문학 현장에서의 ‘작가성’에 대한 생각을 묻고, 철학자/평론가/창작자로서의 입장에서 들어보았다.
[작가] 코너의 주인공은 소설가 ‘김홍’이다. 이은지 평론가가 김홍의 작품을 살피며 현실과 허구, 웃음과 눈물의 다양한 교차를 작가론을 통해 논했고, 김홍은 에세이를 통해 삶과 글쓰기, 사물과 기억이 얽혀 드러나는 순간들을 재치 있고도 섬세하게 포착한다.
두 개의 모자를 쓴 번역가 알차나 마드하반
식민/이민/젠더를 담고 태평양을 가로지른 ‘한국계 미국 문학’
‘언어의 넘나듦’을 담은 코너 [역: 번역가의 방] 가을호는 번역가 알차나 마드하반이 채워주었다. 한국어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집념으로 번역가라는 ‘모자’를 쓰게 된 과정과 여전히 여러 모자를 쓰며 살아가는 현재를 솔직하고 따뜻하게 글로서 풀어냈다.
[평: 해외문학]은 『파친코』 『H마트에서 울다』 『작은 땅의 야수들』 같은 한국계 미국 문학이 어떻게 태평양을 건너와 한국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지, 문학 연구가 우효경이 짚어주었다. 식민의 역사, 이민의 경험, 젠더와 인종의 문제를 포착하며 한국과 미국을 잇는 독특한 상상력과 비판적 시선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계절과 같은 열기와 호흡으로 읽은 시와 소설
저마다의 색으로 지면을 물든 창작 작품들
『자음과모음』만의 계간평 [시소]는 새로운 조합의 평론가들이 지난 계절 발표된 작품들을 두루 살펴주었다. 시 부문은 문학평론가 김유림과 음악평론가 신예슬이 신선하고 산뜻한 시선에서 읽은 시를 서로 나누며, 시를 읽는다는 것의 순수한 흥미와 애정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보여주었다. 소설 부문은 문학평론가 민가경·이지연이 여름에 발표된 소설들에 흠뻑 빠져 누구보다 뜨거운 계절을 보냈음을,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대화를 통해 드러냈다. 이들의 이야기는 겨울호로까지 이어진다.
지난 계절 발행된 단행본 리뷰 코너 [독: 여름의 책]에서는 문학평론가 김보경이 다섯 권의 책(『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 『봄날의 이야기』 『잉걸 설탕』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이것을 아주 분명하게』)을 통해 “언어의 주변과 바깥에서만 생성될 수 있는 언어”를 감각해보았다.
작품란에는 구윤재 · 나혜 · 박시하 · 박은지 · 백인경 · 송승언 · 허연의 시인의 시, 임현 · 조시현 · 진하리 · 한유리 소설가의 단편소설이 지면을 빛냈다. 이장욱 소설가의 장편 『켄의 행방』은 지난 호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를 펼쳤다. 에세이 코너는 음악 전문기자 김호정,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소설가인 원소윤, 교양PD 이한기가 섬세한 시선으로 보는 다양한 세상사를 채워주었다.
미래세대를 위한 문학의 자양분이 될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이지북 어린이 동화상 발표
이번 가을호에는 세 개의 문학상 발표가 이루어진다.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에 이은후의 『펫폿』이, 제3회 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상에 이현지의 『고래가 노래하는 곳』이, 제2회 이지북 저학년 장르문학상에 효남의 『이 구역의 로캣』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소년과 어린이라는 미래세대를 사로잡을 작품이 될 것을 믿는다.
머리글
배주영 작가의 재구성
시
구윤재 미래 외 1편
나혜 흡기음 외 1편
박시하 전시회 외 1편
박은지 쏟아지는 빛 외 1편
백인경 가족성 외 1편
송승언 학수와 보살상 외 1편
허연 여름의 끝 외 1편
단편
임현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
조시현 양파 게임
진하리 내제來際
한유리 삼대
문학상 발표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제3회 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상
제2회 이지북 저학년 장르문학상
장편
이장욱 켄의 행방 (2)
크리티카: 작가성
노태훈 누가 작가인가―저자성의 재구성과 독자 감각
이경진 저자라는 이름의 동상이몽―오늘날 저자에 대한 단상들
유운성 모든 밤의 두 사람―소여헨蘇育賢과 행복한 말짓기의 시학
고아침 노동자로서의 작가와 생성형 AI 산업의 긴장 관계
백지은 객체 지향 저자(성)
담: 인터뷰
사사키 아타루 작가의 자리를 묻다
작가: 김홍
이은지 작가론: 올 오어 낫씽의 세계―김홍식 세계의 작동 기제들
김홍 에세이: 13만 원 혹은 그보다 좋은
시소
김유림·신예슬 시 언어의 모험
민가경·이지연 청聽하고, 취取함을, 청請하기
에세이
김호정 이렇게 불편한데 왜 아름다워
원소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이한기 짜투리에 대하여
역: 번역가의 방
알차나 마드하반 이 모자도 써봐도 돼요?
평: 해외문학
우효경 너와 나의 연결고리―태평양을 건너온 한국계 미국인 문학
독: 여름의 책
김보경 바깥들
문학상 공모
투고 원고 모집
정기 구독 안내
작가에 대한 논쟁과 논란이 반복되어오면서 비평적 담론은 여전히 문학의 신화를 지키는 데 급급했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를 옹호하기 위해서도, 작가를 비판하기 위해서도 문학의 논리와 언어는 문학의 본질이나 숭고함, 미학적 가치와 창작의 자유 같은 것을 소환하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작가라는 존재의 상은 저 멀리 20세기 이전으로 회귀해버렸는데 비평적 논리는 현재적으로 벼려진, 그러니까 애초에 핀트가 맞지 않은 논의들은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노태훈, 「누가 작가인가―저자성의 재구성과 독자 감각」
오늘날 문학장 안에서 저자란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는 일은 이렇듯 복잡하고 난감하다. 앞서 거칠게 소묘했듯이 저자성을 둘러싼 모순된 양상은 여기저기에서 목도된다. 한편에서는 저
자라는 개인 주체의 권위를 의문시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저자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자 권위의 이름이며 권력의 담지자이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일인칭 글쓰기가 인기를 끌지만, 다른 한편에서 저자의 삶과 경험은 그만의 것이 아니므로(그 누구도 완전한 고립 속에서 살아오지는 않았으므로) 이것을 서술할 권리는 의문시된다. 한편에서 저자는 작품과 독립적인 존재라고 믿지만, 다른 한편에서 저자 개인의 문제적 발화나 행동은 저자의 작품 소비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혼란과 어긋남은 어쩌면 저자성에 대한 서로 다른 시대의 산물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데에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현재까지의 저자론이 시시각각 바뀌는 현실의 복잡성을 온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진, 「저자라는 이름의 동상이몽―오늘날 저자에 대한 단상들」
생성형 AI 시스템으로 인한 작가의 경제적 손실 문제는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법체계상 주요한 장치인 저작권을 중심으로 전선이 그어지는 양상이다. 기업이 AI 시스템을 만들 때 활용한 데이터에 저작물이 대량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이 창작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데, 이 과정이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저작물을 상업 서비스 제작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저작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미 저작물을 활용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AI 기업들은 대개 AI 학습이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쟁점에 관해서는 각국의 AI 관련 규제 입법 향방에 더해 생성형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자들이 (주로 영미권에서) 제기한 다수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향후 논의에서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고아침, 「노동자로서의 작가와 생성형 AI 산업의 긴장 관계」
김홍의 세계에서 이 이중의 전도가 가리키는 곳에는 ‘똥’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 돈은 잘못된 판단과 과도한 낙관, 그릇된 인간관계와 통제 불능의 불운에 의해 하루아침에 똥으로 전락하곤 한다. 김홍의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기획부동산 사기에 걸려들거나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한다. “모든 세대가 일확천금이라는 균일한 욕망에 사로잡힌 시대”여서 프로야구마저도 펀드 상품을 출시했다가 금융 사기를 당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니 똥이 돈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은 돈이 능히 똥이 되곤 하는 현실의 전도된 상상이다.
—이은지, 「올 오어 낫씽의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