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계간지 2024 여름
저자 | 자음과모음 편집부 |
저자2 |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발행일 | 2024-06-01 |
사양 | 396쪽 |
ISBN | 2005-2340(42) |
분야 | 국내도서 > 계간지 > 문학 |
정가 | 18,000원 |
61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여름호에서는 최근 문학과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 감각, 정서를 공적인 것으로 사유하는 세태의 변화를 ‘정동-발화’라는 키워드로 담았다. 팬데믹 이후 공존과 미래를 전 지구적으로 사유하는 다채로운 이론들의 공통점은 인간중심주의와의 결별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한다고 믿었던, 감정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이자 변혁일 것이다. 이는 가장 내밀한 사적영역에서 논의되었던 감정, 감각, 정서, 기분, 느낌을 ‘공적인 것’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공공의 감각, 공동영역의 측면에 우선 주목해보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국문학가이드북・메타비평・시・단편소설・#시소・리뷰・에세이를 담았다. 더불어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신인문학상・경장편소설상・이지북 YA! 장르문학상・책읽는샤미 어린이 장르문학상을 발표한다.
세계와 개인이 연결되는 복합적인 방식에 대한 탐구
공공의 감각, 공동영역 속 ‘정동–발화’
61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여름호에서는 세계의 연결 방법과 개별적인 존재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려내는 문학과 사회에 집중한다. 최근 한국문학을 설명하는 키워드인 돌봄, 생태, 기후, 비인간 이를 방증한다. 지금 한국사회의 ‘우리’가 겪고 있는 매우 복합적인 변화와 이를 설명하는 이론들이 가진 공동 영역은 바로 인간중심주의와의 결별하자는 움직임이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한다고 믿었던 ‘감정’을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옮기는 일을 포함한다. “정동”에 관한 이론은 다수간 이루어져왔지만, 이를 쉽사리 무엇이라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동”이 우리의 발화 방식으로 기능하며, 문학이 이를 담아낸다는 것은 명확해 보였다.
이에 따라 강지희는 기후 위기와 생태론적 논의가 현실 사회의 정치사회적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한강의 ‘눈’과 김초엽의 ‘균’을 다루면서, 그것이 인간을 어떻게 ‘해방’시키는지에 관해 흥미로운 풍경들을 보여준다. 김다솔은 구병모, 안윤, 이선진의 근작을 분석하며 ‘보는 것’에 대해 다채로운 논의를 펼친다. 김미정은 흔히 ‘나’라고 간주되는 시적 자아에 ‘우리’가 끼어들어 얽히기 시작할 때 ‘우리’와 ‘나’, ‘당사자’와 ‘소수자’ 등의 주어들이 “경합”하는 장면을 주민현의 시를 통해 읽어낸다. 백지은은 김화진의 소설에 등장하는 그 무수한 마음들을 들여다보며 인간이 ‘마음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고민한다. 인간을 닮은 무언가가 자꾸만 만들어지는 시대에 인간이 언제까지, 어떻게 인간일 수 있을지를 고심하는 관점이 돋보인다. 심완선은 다양한 SF 텍스트들을 통해 ‘기계’가 사랑과 욕망에 끼어들 때 만들어내는 풍경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기계의 욕망에 잠식”된 시대/세대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부쩍 다가온 기계-인간의 존재는 이미 우리 삶에 틈입해 있는지도 모른다. 오은교는 퀴어가 대상이자 소재, 정체성으로 재현되는 명사가 아니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형용사의 문학으로 재현되기를 요청하며, 서장원의「리플 프라이드」가 보여주는 퀴어-정동의 ‘스릴’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밝힌다. 전기화는 이주혜와 현호정의 소설을 새로운 ‘다시 쓰기’의 감각으로 읽어낸다. 전통적인 역사소설의 방식과는 다른 감각으로 쓰이는 최근의 한국 소설에 대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 글은 더욱 적극적으로 서사의 정동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문학 가이드북으로 ‘비평’ 읽기
각자 흐르면서도 공명하는 메타비평
한국문학 가이드북에서는 소설, 시, 에세이, 희곡에 이어 마지막으로 ‘비평’을 다뤘다. 김요섭 평론가는 평론이라는 어렵고 낯선 주제에서 헤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제시하며, 그만의 다정한 가이드를 건넨다. 『자음과모음』의 혁신호를 열며 주요하게 고심했던 주제인 “대화”가 독자들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코너가 바로 이 ‘한국문학 가이드북’이었다. 한국문학을 알아가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지금까지의 연재가 가닿기를 바란다.
메타비평 지면은 송민우・황현경 평론가가 채웠다. 송민우 평론가는 최근 문학장에서 주로 다루는 비평적 담론을 씨앗으로 삼아 동시대 예술 작품들을 읽어나간다. 연결과 확장, 자유와 불안을 동시에 느끼며 써나간 이 글은 지금 『자음과모음』이 목표로 삼은 ‘비평적 대화’의 가능성을 묻고 있기도 한 듯하다. 이 논의들이 더욱 연결되고 확장되기를 바란다. 황현경은 한국문학상의 제도와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선정 결과에 관한 ‘유감’을 표했다. 지금 한국 순문학 시장들에 활발한 논의들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우정을 담은 비평적 대화 #시소
섬세한 시선으로 읽어나간 ‘리뷰’
#시소에서는 지난 계절의 시에 대해 이희우-최가은 평론가가, 소설에 대해 양윤의-차미령 평론가가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로 풀어나가는 비평 지면의 기쁨은 타인의 관점을 통해 텍스트에 관한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이희우-최가은 평론가가 깊게 지난 계절의 시를 다루어주었고, 소설 지면에서 양윤의-차미령 평론가의 다정하고 세심한 대화가 돋보인다.
리뷰에서는 강은교・박민아・이원기・정우주・정원・최의진 평론가가 세 권의 시집과 세 권의 소설집을 읽어주었다. 다룬 작품은 듀나의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강우근의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전하영의 『시차와 시대착오』, 이선진의 『밤의 반만이라도』, 이지아의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 김이듬의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이다.
지면을 통해 처음 세상에 나온 시와 소설들
신설된 에세이 코너를 통해 확장할 대화들
신작시와 소설도 여름의 독자들을 기쁘게 할 것이다. 계미현・김유수・박참새・이실비・한백양・함기석 시인이 두 편씩의 시를 발표하였고, 안보윤・이경・이서수 소설가가 각기 다른 테마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지난 호부터 이어지는 에세이 지면에서는 세 분을 만난다. 장정윤 방송작가는 결혼생활과 그 오해에 관해, 한수희 에세이스트는 생애 첫 집에 관해, 홍예지 미술평론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냈다.
여름, 신예 작가의 탄생!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경장편소설상 발표
이지북 YA! 장르문학상, 책읽는샤미 어린이 장르문학상 발표
제14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에 정미래 작가가 선정되었다. 또한 YA! 장르문학상‧책읽는샤미 어린이 장르문학상이 제1회를 맞아 기쁘게 당선자를 발표한다. 조나단과 우신영 작가가 각각 당선되었다. 예/본심작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과 수상자의 수상 소감이 실렸으며,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의 경우 수상작 전문을 게재하였다. 깊고 넓은 상상력으로 세계를 만들어낸 여러 수상자에게 깊은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전한다.
머리글 노태훈
크리티카|정동–발화
강지희 눈송이의 노래와 균 ― 인간의 춤
김다솔 시력 너머의 시선, 시선 너머의 사랑
김미정 얽힘을 말하기 시작한 첫 세대—주민현 시 읽기를 경유하여
백지은 마음대로 사는 사람아
심완선 기계와 섹스해도 될까?
오은교 명사 퀴어와 형용사 퀴어―퀴어는 대상 선택의 문제인가
전기화 사랑으로 다시 쓰기―이주혜의 「누의 자리」와 현호정의 『삼색도』에 관하여
제14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발표
제7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발표
제1회 이지북 YA! 장르문학상 발표
제1회 이지북 책읽는샤미 어린이 장르문학상 발표
한국문학 가이드북
김요섭 문학에서 길을 잃는 다정한 방법
시
계미현 벌집들 외 1편
김유수 똥파리와 개새끼 외 1편
박참새 다른 아내 외 1편
이실비 귀와 종 외 1편
한백양 촉법 외 1편
함기석 開眼手術執刀錄―執刀 67 외 1편
단편소설
안보윤 양지맨션
이경 고명과 나고
이서수 AKA 신숙자
메타비평
송민우 눈을 보는 눈―올라퍼 엘리아슨, 하마구치 류스케, 한유주를 경유하며
황현경 어느새부터 젊작은 안 멋져―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유감
에세이
장정윤 그건 오해일지도 모른다
한수희 어제의 집, 오늘의 집, 내일의 집
홍예지 살갗으로 보는 숨
#시소
이희우 최가은 이젠 끝이야
양윤의 차미령 예술의 비밀, 혁명의 후일
리뷰
강은교 시간을 거슬러 온 1990년대
박민아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이원기 예민한 동시대인들
정우주 불투명한 ‘나’를 돌(아)보는 마음
정원 형식을 개척하는 형식
최의진 아직이라는 틈 벌리기
인간은 먼 길을 걸어온 것 같다. 근대의 시작점에서 풍경을 발견했던 인간은 이제 대기를 감지함으로써 날씨의 정동을 읽어낸다. 외부와 확실하게 분리되는 내면을 내려놓자, 언어로 번역될 수 없었던 이미지들이 쏟아져 들어온 셈이다. 속이 빈 주머니가 된 인간은 인식의 역동성을 고스란히 받아 안는다. 쏘고 죽이기보다 담아내고, 하기보다 겪어내는 이 자아의 변화는 병과 치유의 문제 역시 달리 보게 한다. 병은 싸워야 하는 외부의 대상이기보다, 무수히 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이 노화의 여정 속에서 분해를 거듭할 뿐이다. 날씨야말로 역동적인 정동 속에 있으며, 탄생과 죽음은 뒤섞여 구분할 수 없다.
_강지희, 「눈송이의 노래와 균 」
이때 소설에서 하나의 세계는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과도 같다. 즉,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다. 영은은 시력을 상실해보았기에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존에 자신을 구성하고 있던 무언가를 잃어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협소한 내면의 세계를 확장하고 다른 사람과 맞닿기 위해서는 “있음과 없음, 그 둘을 연결하는 잃음”의 경험이 필수적이다. 상실이 타인의 세계를 경험하고, 자아를 새롭게 변형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되는 셈이다.
_김다솔, 「시력 너머의 시선, 시선 너머의 사랑」
언젠가부터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서 ‘우리’라는 말이 등장하거나, 반드시 ‘우리’가 언표화되지 않더라도 그러한 상태를 의식시키는 장면이 적잖이 발견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그것이 ‘시’ 장르에서의 일이었다는 점에 우선은 방점을 찍어둔다. 각 장르의 특징은 단지 스타일, 형식으로 환원될 수 없다. 어떤 문학, 예술의 양식이든 거기에는 고유의 앎과 감정의 방식이 구조화되어 있다. 시를 다른 장르와 구별시키는 것은 언어의 음악성을 언표화하는 그것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그 스타일 자체가 곧 각 장르마다의 세계관을 외화한 것이기도 하다. 즉, 모든 장르를 통틀어 ‘나’라는 주어의 함의에 가장 가까운 세계관의 장르가 ‘시’라고 해도 될 것이다. 세계의 자아화, 서정抒情과 같이 시 장르의 특징을 설명하는 오래된 술어들에는 ‘세계 vs 자아’의 견고한 구도가 놓여 있다. 이것이 곧 ‘바깥’ 세계와 구별되는 개체(개인)로서의 ‘나’ ‘나의 자아’ 등을 전제하는 것임도 잠시 강조해둔다.
_김미정, 「얽힘을 말하기 시작한 첫 세대」
마음이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해서 내 마음이 나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의 뜻대로 만들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마음도 감정도 보편적으로 규정되거나 자연적으로 설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범상한 얘기일 수도 있다. 인간의 마음에 관한 보편적인 특징으로 말해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기분’이라고 불리는 몸의 상태, 즉 “몸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느낌”이다. 뇌가 매 순간 신체 예산 조절에 쓰는 데이터, 즉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장기, 호르몬, 면역계 등에서 생겨나는 심장박동, 호흡, 체온, 신진대사적 욕구 등—을 요약한 정보 같은 것이다. 이것을 (신경)과 학자들은 ‘정동affect’이라고 부른다. 대개 유쾌하거나 불쾌한 것으로 분리되고 얼마나 활성화되었느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어, 우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지표다. 쉽게 이해하자면, 당이 올라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잠이 부족하면 기분이 가라앉는 식의 변형을 통한 지표이므로, 엄밀하지 않다. 또한 전적으로 지각하는 사람에게만 속한 것이므로, 객관적이지 않다. 그리고 신체 신호가 정신적 느낌으로 전환되는 데에 대한 과학적 해명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_백지은, 「마음대로 사는 사람아」
확실히 정동은 신체와 밀접하게 결합된 영역이다. “정동적인 경험을 가리키는 단어들은 물질과 비물질, 물리적인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 사이의 경계에 엉거주춤 서 있다.” 정동에 관한 우리의 경험에서 신체, 감각, 감정은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 정동은 완전히 육체적이지도, 관념적이지도 않다. 그렇다면 신체, 감각, 감정 측면에서 완전하지 못한(적어도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 기계들이 정동에 관여할 기회는 없을까? 기계 신체와의 정동은 어떤 모습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제임스 밸러드는 장편소설 『크래시』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이 소설은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강렬하고 복잡한 욕망을 집요하게 묘사하는 포르노그래피다. 포르노의 주역은 자동차가 맡는다. 자동차는 물론 현대의 테크놀로지 전반에 관한 은유지만, 소설의 일원으로서 그것은 등장인물의 섹스에 핵심적으로 동참한다.
_심완선, 「기계와 섹스해도 될까?」
스스로를 퀴어로 정체화한 인물이 여럿 나온다고 해서 그 소설을 곧장 퀴어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라벨링이 중요하다면 그 간단한 사실을 엄격히 부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특정 인구 집단을 종족화시킴으로써 배제의 기능을 수행해온 성의 역사를 살핀다면 라벨링은 영토 경쟁의 대상이 아닌 그 자체가 문제적 현상이다. 소수자 시민운동과 더불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퀴어 서사의 대중화가 봉착하는 여러 이슈 중 이 글에서는 성소수자의 재현이 ‘퀴어’를 ‘대상 선택’의 문제로 한정하는 사유와 쉽게 연동되는 것과 그 징후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_오은교, 「명사 퀴어와 형용사 퀴어」
이 글에서는 지난한 다시 쓰기의 작업을 수행하는 소설들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난하다’라는 표현은 사전적으로는 지극히 어렵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이나, 어쩐지 나에게는 너저분하고 더러운 상태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실제로 수행되는 다시 쓰기의 작업이란 너저분하고 더러 운 흔적을 꼼꼼히 살피고 챙기는 일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지. 아무래도 다시 쓰기란 잘 드는 면도날을 이용해 더러운 것을 깔끔하게 잘라내는 일이나, 잘 떼어지는 스티커를 떼어내고 새로운 리무벌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는 매우 다른 작업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다. 그보다는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잘 지워지지 않는 흔적에 입김을 불어가며 지워보려 하다가도, 끝내 그 흔적을 보존하며 전혀 뜻밖의 그림을 그려내는 일에 가깝지 않을지. 이로써 우리는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_전기화, 「사랑으로 다시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