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계간지 2024 가을
저자 | 자음과모음 편집부 |
저자2 |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발행일 | 2024-09-01 |
사양 | 392쪽 |
ISBN | 2005-2340(43) |
분야 | 국내도서 > 계간지 > 문학 |
정가 | 18,000원 |
62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가을호에서는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와 세계의 변화 속에서 형성되는 집단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동시에 집단의 관계와 가치체계를 창출하는 규범으로서의 ‘집단감정’을 다룬다. 집단감정은 시대를 막론하고 한 사회의 규범과 감수성을 비추고 집단적 행동의 동력이 되어왔다. 특히 동시대 사회에서 의사소통이나 정치적 의사결정, 소비, 문화적 향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것은 지성보다는 감정이라는 판단이 낯설지 않다. 가을호에서는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와 문화의 영역들에서 새롭게 성립되거나 쇠락하고 있는 집단감정의 감정 규범을 살펴보고, 현재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늠해보려 한다.
이외에도 신작시・단편소설・장편소설・에세이・메타비평・#시소・리뷰를 실었다. 더불어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상・샤미의책놀이터 어린이 장르문학상을 발표한다.
새로운 사회적 규범과 주체의 등장
문학과 사회를 연계하는 ‘집단감정’
62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 가을호에서는 문학이라는 범주를, 또 개인이라는 주체를 넘어 ‘집단감정’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우리 사회와 문학을 연결한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나’지만 ‘우리’는 언제 어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기준을 공유한다. 그래서 문화적 감정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와 세계의 변화 속에서 형성되는 집단 내부에서 만들어지며 동시에 집단의 관계와 가치체계를 창출하는 규범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집단감정은 “역사사회적 개인이 감정적 자아를 협상하고 수립하는 장”이며, 그 과정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 감정은 새로운 사회적 규범과 주체가 등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이 된다.
이에 따라 김신식은 ‘낌새’와 ‘앙심’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갈등과 폭력이 지정학적 위협보다 더 심각하다고 분석한다. 그는 김진주 작가의 사례를 통해 피해자가 겪는 모순적 시각을 드러내며, 공동체가 사건을 증명하지 않고도 불안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문지호는 한국 사회에서 ‘중립’이 합리적 판단의 기준으로 여겨지지만, 감정에는 중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AI의 감정 인식이 중립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데이터와 학습 과정에서 무엇이 ‘부재’하고 ‘침묵’하는지를 탐구하며, 기계를 통한 인간화의 문제를 탐색하려 한다. 조무원은 한국 정치가 집단적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홉스와 루소를 통해 민주주의 체제에서 ‘우리 인민’을 만드는 과제를 논의한다. 그는 대통령과 시민 간의 감정 괴리와 민주공화국의 한계 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구축할 방법을 고민한다. 최성용은 한국 사회의 참사 속에서 ‘달려가는 마음’에 주목하며, 전태일과 광주, 세월호, 이태원 등에서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준 이들을 조명한다. 하미나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집단적 감정이 빠르게 모인다고 지적하며, 연예계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사회적 이슈를 덮기 위한 ‘음모’로 치부되는 경향과 여성과의 젠더적 연관성을 분석한다.
최근 비평 논의와 장르를 재조명하는 메타비평
메타비평에 실린 두 글은 최근의 이슈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선우은실 평론가는 ‘비평의 본질’에 관한 그간의 논의들을 이어받으며 스스로가 처했던 상황, 즉 “쇄신을 요청받는 비평가”라는 자의식을 탐색하고 있다. 에세이화, 리뷰화 같은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끝내 ‘나’로부터 시작되는 비평적 태도는 여전히 심도 있는 논의가 요청된다고 생각한다. 이 논의들이 더욱 연결되고 확장되기를 바란다. 이지은 평론가는 오토 픽션이라는 장르가 현실과 관계 맺는 양상을 재점검한다. 정지돈 작가의 작품에 제기된 문제를 필두로 김봉곤 작가의 사례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이슈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는 다소 복잡한 문제이지만 이러한 논의가 단순하게 과거로 회귀되거나 퇴행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혀주었다. 이 담론을 우리가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문학장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지난 계절의 문학을 되짚어보는 대화 #시소
깊은 마음으로 읽어나간 ‘리뷰’
#시소에서는 지난 계절의 시에 대해 김유수-최승욱 시인이, 소설에 대해 손유경-홍미르 평론가가 대화를 나누었다. 그간 #시소는 여러 방식의 대화를 시도해보았고, 이번 시 지면에서는 두 시인이 참여하여 보다 특별한 관점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셨다. 소설 지면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을 읽어주셨는데, 지난계절에 발표된 수많은 작품들을 세심하게 언급해준 손유경-홍미르 평론가의 목소리를 듣는 즐거움이 있다.
리뷰에서는 김보경・박서양・심진경・이경재・최다영・한의연 평론가가 세 권의 시집과 세 권의 소설집을 읽어주었다. 다룬 작품은 임승유의 『생명력 전개』, 김이설의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이서아의 『어린 심장 훈련』, 지혜의 『북명 너머에서』, 나혜의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 차도하의 『미래의 손』이다.
풍성한 신작시와 단편소설, 새롭게 시작되는 장편소설 연재
자신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써내려가는 에세이
독자들에게 이번 가을의 시와 소설, 에세이가 기쁘게 가닿기를 바란다. 김연덕・김이강・연정모・유계영・이민하・이원석・이지아 시인이 신작시를 보내주셨고, 기준영・김홍・박소민・천선란 소설가가 다채로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 이주란 작가가 장편소설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도 기쁘게 소개하고 싶다. 에세이 지면에서는 김소미 기자와 김효나 작가, 신예슬 음악평론가의 깊고도 작은 일상을 만날 수 있다.
가을, 새로운 작가의 탄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발표
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상, 샤미의책놀이터 어린이 장르문학상 발표
이번 가을호에는 청소년‧어린이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이 발표되었다.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에 김지완 작가가, 제2회 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상 우수상에 우설리 작가가, 제1회 샤미의책놀이터 어린이 장르문학상에는 정원주 작가가 당선되었다. 예/본심작에 대한 심사 위원의 평과 수상자의 수상 소감이 실렸다. 청소년‧어린이 세계에 대한 다정하고 세심한 상상력으로 세계를 만들어낸 수상자들에게 기쁘게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전한다.
머리글 노태훈 감정이라는 종種
크리티카|집단감정
김신식 나는 더 이상 뇌리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 ― 낌새와 앙심에 시달리는 한국인
문지호 감정 + 기계 = 인간― 질문들
조무원 리바이어던과 ‘시민 종교’ 사이에서 ― 우리의 감정은 대표될 수 있을까?
최성용 달려가는 마음이 만드는 사회
하미나 트렁크 여자 혹은 미친년 글쓰기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발표
제2회 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상 발표
제1회 이지북 샤미의책놀이터 어린이 장르문학상 발표
시
김연덕 messy old laundry 외 1편
김이강 바케크, 침묵, 날씨 같은 것 외 1편
연정모 사랑하기 외 1편
유계영 세 사람 외 1편
이민하 동시대 외 1편
이원석 휴양지 외 1편
이지아 강과 뼈와 달 외 1편
단편소설
기준영 여름의 목소리
김홍 조금자 여사 아주 깊이 잠들다
박소민 잠을 깨무는 이
천선란 사과가 말했어
장편소설
이주란 일요일 녹차 코토르 (1)
메타비평
선우은실 위기 속에서 공유되는 사명감, 비평가적 자의식을 탐구해나가는 여정! — 『괴수 8호』 와 문학비평(가)
이지은 ‘읽기-게임’으로서 소설과 글리치 스페이스Glitch Space — 사생활 무단 사용 논란에 대한 창작 방법론적 접근
에세이
김소미 우연한 방식으로 보기
김효나 이사하다
신예슬 종소리로부터
#시소
김유수 · 최승욱 바깥으로 열리는 장면들
손유경 · 홍미르 일렉트릭 비평
리뷰
김보경 아직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
박서양 시절과 여행
심진경 나를 구하라
이경재 아시바의 미학
최다영 수중 비행 일지
한의연 지나간 시간에 손 건네기, 물끄러미 천사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비행운을 보듯
오늘날 연구·적용되고 있는 회복적 사법은, 영국의 범죄학자 토니 마샬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해당 개념은 피해자 대 가해자의 기존 대립 구도 가운데, 가해자가 피해자가 받은 손상에 응당한 처벌을 받는 응보적 법 집행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목적은 사회통합이었다. 그런데 회복적 사법에 대한 지침을 보면, 가해자의 원상회복을 강조하면서 공동체로 다시 복귀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방향성이 강조될 뿐, 정작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공동체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법적
사유와 실행 방안은 미진하다.
_김신식, 「나는 더 이상 뇌리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 」
에크만의 이론과 감정 인식 기술의 관계가 보여주는 시대착오적인 기술의 시간성은 첨단적 시대의 산물만은 아니다. ‘기계적인 것’ 혹은 ‘인공적인 것’은 흔히 유기적이거나 인간적인 것에 대비되고 오랫동안 그래왔다. 그러나 같은 기술이 어떤 존재에게 더 유기적이고, 어떤 존재에게 더 인공적일 수 있다면, 이러한 사실은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측면을 드러낸다. 인간이라는 분류가 무엇을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으로 만드는가 하는 문제다. 인간적인 기계의 인간성은 어떤 인간을 (과대) 재현하는가?
_문지호, 「감정 + 기계 = 인간」
분노의 표출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명하는 하나의 유력한 방식으로서 언제나 실현되지 않는 정의에 대한 갈구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거기에는 감정을 집단적으로 재현하는 대표 정치의 문법이 있다. 감정은 불특정한 다수가 특정한 사태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는 표지가 됨으로써 ‘우리 인민’을 형성한다. 한 개인이 표출하는 감정을 매개로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그 감정을 공유하며 정치적 주체로서 자리매김한다. 대통령은 어쩐지 화가 많은 분 같지만 대통령의 격노가 사적인 감정의 토로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시민들 역시 무언가에 끊임없이 화가 나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편법에 화가 나고, 불평등에 화가 나고, 다투기만 하는 정치에 화가 나고, 점점 더 뜨거워지는 기후에 화가 난다. 하지만 이 작은 분노들은 어디로 가는가?
_조무원, 「리바이어던과 ‘시민 종교’ 사이에서」
왜 누군가의 고통은 달려가는 마음을 널리 불러일으키지 못하는가? 왜 사람들은 그 곁으로 달려가지 않는 것일까? 고통받는 타인을 마주할 때 생겨나는 감각의 열림은 사안과 맥락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차이는 타인의 고통이 어떠한 권력관계의 맥락에 놓여 있는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 피해를 호소하는 타인의 목소리는 그에 응답하는 감각의 열림과 감응을 둘러싼 투쟁을 발생시킨다. 이 투쟁은 기존의 사회적 권력관계의 지형 위에서 펼쳐지며, 그 지형이 규정하는 감응의 너비와 폭을 축소 또는 확장하려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달려가는 마음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가를 둘러싼 정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것은 재난 참사와 부정의로부터 무너진 사회를 회복해 다시 사회를 가능하게 만들려는 힘과, 망가진 사회를 방치함으로써 사회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힘 사이의 대결이다.
_최성용, 「달려가는 마음이 만드는 사회」
이 모든 총체적 경험을 어떻게 말로 글로 다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말이 되는 언어로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민희진이라는 인물이 차분하고 논리적이게 말하기를 포기하고 “약간 이 업을 하잖아?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어. 씨발 새끼들이 너무 많아가지고” 하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달려들었을 때 그리고 그것에 사람들이 호응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미친년 말하기를 알아듣기 시작했다고. 이 여자가 겪은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같은 현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미친 여자에게도 언어가 조금은 생겼다고 말이다.
_하미나, 「트렁크 여자 혹은 미친년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