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계간지 2023 봄
저자 | 자음과모음 편집부 |
저자2 |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발행일 | 2023-03-02 |
사양 | 332쪽 |
ISBN | 2005-2340 |
분야 | 문예 계간지 |
정가 | 18,000원 |
56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에서는 ‘목소리’를 키워드로 삼아 마지막 게스트 에디터로 돌기민 소설가를 모셨다. 이번 기획에서 돌기민 소설가는 ‘물리적인 현상으로서의 목소리, 타인의 목소리를 어떻게 감각하며 목소리와 관계 맺는지에 관해 묻는다. 목소리는 젠더(혹은 지정성별), 세대(나이), 출신지(사투리), 계급, 건강 상태, 장애 유무, 감정, 목소리를 전하는 대상과의 친밀도, 발성 연습 등 폭넓은 사회적 조건과 의미가 달라붙는 한편, 몸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신체적인 현상이고 수많은 상호작용의 현장에 함께하지만 말의 내용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게스트 에디터 지면은 각기 다른 목소리에 주목하여 일곱 명의 필자들과 함께하였다. 언젠가 팟캐스트를 하고 싶은 작가 김괜저, 여성‧엄마‧기획자라는 세 가지의 정체성을 지닌 김다은, 감정사회학 연구자 김신식, 하루 종일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이다울, 소설가 정용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최태규, 구술생애사 작가인 최현숙의 목소리를 듣는다.
‘게스트 에디터’ 돌기민 작가
목, 소리에 주목하다
계간 『자음과모음』 2023년 봄호(통권 56호)의 게스트 에디터는 소설가이자 예술가로 활동하는 돌기민 작가이다. 그간 다양한 방향으로 문학 바깥으로의 확장을 추구해왔던 게스트 에디터 지면이 이번 호로 마지막을 맞는다. 이번 키워드는 ‘목, 소리’로, 돌기민 소설가는 ‘물리적인 현상으로서의 목소리’와 ‘타인의 목소리를 감각하며 관계 맺기’에 관해 질문한다.
한국 사회에서 목소리는 은유의 기호로 자주 이용되었다. 목소리에 담긴 폭넓은 사회적 조건들(젠더, 세대, 출신지, 계급, 장애 유무, 감정 등)과 대상과의 친밀도, 발성 연습 등으로 교정을 시도하는 방식까지 존재하는 만큼 목소리는 몸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신체적 현상이며 수많은 상호작용에 이용되지만 그 내용에 비해 형식으로는 주목받지 못한다. 오히려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잦다. 이번 게스트 에디터 지면에서는 신체적 ‧ 물리적 현상으로의 목소리를 감각하며 목소리와 나, 타자의 목소리와 나, 나의 목소리와 타자와의 관계를 살핀다.
이러한 아이러니에 주목하여 터져 나오는 일곱 목소리가 있다. 작가 김괜저는 팟캐스트를 통해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을 때 느껴지는 생경함과 불편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엄마‧문화기획자인 김다은은 아이의 목소리와 그에 반응하는 사회의 목소리를 다룬다. 감정사회 연구학자 김신식은 한국영화에서 불분명하게 들리는 딕션(diction)과 그것이 과연 문제인가? 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작가 이다울은 유아 시절 끊이지 않았던 자신의 울음과 현재 그와 함께하는 고양이의 계속된 울음을 연결한다. 어린 시절 동생을 잃고 실어증을 겪은 소설가 정용준은 두 가지 상실에 관한 경험을,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최태규는 비인간, 특히 곰의 소리에 집중한다. 활동가였고 이제는 구술생애사 작가인 최현숙은 ‘홈리스들의 말말말’이라는 제목으로 그간 활동을 하며 만났던 홈리스들의 구어들―그들의 삶에서 비롯된 어휘들을 상세하게 펼친다.
더불어, 독자들이 필진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들어보고 각기 다른 목소리에 담긴 물성을 감각하기 위해 각 원고마다 큐알코드를 삽입하였다. 일곱 필자들의 원고를 눈뿐만 아니라 귀로도 듣는 이중의 경험을 통해 기획의도를 보다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신인들의 새로운 시와 중견 시인들의 실험작
김유림, 문지혁, 성혜령, 조예은 소설가의 신작 단편소설
정지돈 소설가의 장편 연재
‘쓰게 하는 것’에 관한 김경흠, 최의택, 황시운의 기록
창작란은 주목받는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으로 다채롭게 꾸렸다. 소설은 김유림, 문지혁, 성혜령, 조예은 소설가가, 시는 2022년 신춘문예 당선자인 마윤지, 박다래, 백가경, 오산하, 이영은과 류진, 안태운 시인이 귀한 신작을 보내주었다. 이번 호에서부터 정지돈 소설가의 장편 연재가 시작된다. 기록 지면에는 김경흠, 최의택, 황시운 필자가 ‘쓰게 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게 하는 동력에 대해 말씀을 청하자는 기획에 답한 “그저 좋아하는 것을, 주어진 상황에 따라 할 뿐이라는 것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서술”하는 이 기록들이 편견을 부수기를 기대한다.
비평적 현장의 대화, ‘크리티카 : 독자, 마니아, 플레이어―스토리 경험의 확장’
새로운 시작을 위한 ‘2023 시소’
크리티카에서는 게임 서사와 웹소설을 주제로 하여 웹소설, 게임, 장르소설 등 현저하게 넓어지고 있는 서사에 관해 그 현황과 의미를 분석하였다. 이정엽 평론가는 비디오게임, 컴퓨터게임에서 주로 다루는 게임서사를 통해 ‘게임이 하나의 독립예술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융희 평론가는 웹소설 속 게임적 요소를 분석하고 그 기원을 찾아 평했으며, 웹소설 편집자이자 기획자인 스텔라는 웹소설로 통칭되는 장르소설의 특징인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발전하는 문학’에 관해 현시점의 시장을 꿰뚫는다.
2021년부터 시작되었던 ‘시소’ 또한 새로운 형태로의 변화를 꿈꾼다. 이번 기획 좌담은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이후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꾸려졌다. 김나영, 노태훈, 안서현 편집위원과 전승민, 전청림 평론가가 함께 시소를 톺아보고 성과와 의미,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방향성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 게스트 에디터의 말
목소리 대체 뭘까. 왜 나를 든든히 떠받치기보다 때때로 내 존재를 오롯이 드러내길 방해하고 존엄을 훼손하는 느낌이 들까. 앙앙대는 목소리로도 똑 부러진 작가 이미지 유지할 수 있나. 내가 프라이어였다면 기왕 기계의 힘 빌리는 김에 듬직하고 맛있는 동굴 보이스로 동료 의사 선생님들 단숨에 사로잡았을 것이다. 사실 다들 일상에서 때와 장소에 따라 거듭 목소리 통제하고 변형하므로 과연 자기 음성의 원본이랄 게 있을까 싶다. 난 목청 어찌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지 매번 헷갈리나, 성우나 배우는 발성 기술 오래 연마한 끝에 장산범이 되기도 할 것이다.
_2023년 봄호 돌기민 작가, 「게스트 에디터의 말」 중에서
머리글
노태훈 게스트 에디터를 닫으며
게스트 에디터|돌기민
돌기민 게스트 에디터의 말
김괜저 팟캐스트의 두려움
김다은 어린이의 소리가 어떻게 들리나요?
김신식 목소리와 친해지는 연습
이다울 울음도 통역이 되나요
정용준 내게 없는 내 목소리
최태규 애써 들어야 설핏 들리는 목소리
최현숙 홈리스들의 말말말
소설
김유림 핸드폰을 든 채로 죽으면 안 돼
문지혁 나이트호크스
성혜령 사태
조예은 꿰맨 눈의 마을
기록|쓰게 하는 것
김경흠 점밭을 일구는 사람
최의택 그저, 읽고 쓰기
황시운 엄마의 집
시
마윤지 새해 / 작게 말하기
박다래 그것은 무관했다 / 좋은 사촌
백가경 비잉 / 파멸학 달력
오산하 거짓나무소리 / 발명
이영은 완벽한 완공식 / 동거
류진 ~~
안태운 기억 몸짓 / 돌과 구름
장편 연재 1
정지돈 문학이론입문
크리티카|독자, 마니아, 플레이어 : 스토리 경험의 확장
이정엽 게임은 하나의 독립예술이 될 수 있을까?
이융희 웹소설의 게임토피아(Game-Topia)와 그 기원
스텔라 장르소설,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발전하는 문학
2023 시소
김나영 · 노태훈 · 안서현 · 전승민 · 전청림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그래서 저는 떨고 있는 것입니다. 한 마디씩 신경 써 말하고 있는 제 목소리가 너무나 낯설게 느껴집니다. 녹음을 한답시고 너무 꾸며낸 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제 머릿속은 에코 체임버(echo chamber)입니다. 가수들이 인이어를 끼고 자기 목소리를 체크하는 것처럼 저는 지금 제가 말하는 목소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들을수록 이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아요. 분명 평생 갖고 살아온 내 목소리인데, 마치 세일하는 싸구려 플라스틱 성대를 빌어서 말하고 있는 듯한 이질감이 듭니다.
_게스트 에디터, 「팟캐스트의 두려움」, 김괜저
엄마는 내게 심각하지 않은 병이 있기를 바랐다. 꼭 그래야 했다. 병만 고치면 끈질긴 울음과 조바심, 아이와 이웃을 향한 죄의식으로부터 해방되리라. 까맣게 변한 허리에 안식이 깃들게 되리라.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이가 이렇게까지 우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이 아이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텔레비전에도 나온 유명 의사는 말했다. 예? 뭐라고요? 그럴 리 없어요. 엄마는 실망스러운 표정과 의문을 숨겨야 했다. 왜냐, 엄마니까! 유명 의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다만 예민하게 태어났을 뿐입니다.”
_게스트 에디터, 「울음도 통역이 되나요」, 이다울
지금 생각해보면 목소리를 잃어버렸던 날들은 침묵의 시절이 아니었다. 그 반대다. 나는 목소리의 한복판에 있었다.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 올라 구름과 바람을 뚫을 때 무겁고 시끄러운 침묵을 만들듯. 물과 바람을 통과할 때 침묵이 불가하듯. 푹 잠겨 있기에 깊이를 헤아릴 필요가 없었고 떠 있었기에 높이를 가늠할 필요가 없었던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침묵이라 착각했지만 그것은 중력 없이 둥둥 떠 있던 진공의 상태였다. 목소리는 목격되고 발견되며 때로는 누설된다. 어떤 이의 가슴과 머리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날카로운 손톱을 가졌고 높은 산을 넘고 깊은 바다를 건너는 튼튼한 다리를 가졌다. 그는 스스로 말하는 말이고 소리가 없어도 듣는 귀다.
_게스트 에디터, 「내게 없는 내 목소리」, 정용준
학업을 중단하고 집에서만 지내면서 내가 결국 글을 쓰게 된 건 글쓰기가 물리적으로 가장 만만하기 때문이었다. 위에 늘어놓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내겐 읽고 쓰는 일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읽고 쓰며 시간을 죽이고 살아 있는 날 스스로에게 정당화한다. 이것이 사회운동인지는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래서 나에게 그런 일을 할 기회를 준다면 나는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_기록, 「그저, 읽고 쓰기」, 최의택
규원은 남재견이 농담처럼 미국의 천재 공학자 버크민스터 풀러의 얘기를 들려준 게 생각났다. 풀러는 대학 신입생들을 위한 가벼운 축사 자리에서 일곱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구급차에 실려가거나 중도 포기하고 식당에서 팬케이크를 먹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풀러의 이야기가 시간 감각을 마비시켰기 때문에, 언어는 생물학적으로 제어되지 않는 요소로 충만해서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했다. 언어는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언어는 아마 지구의 것이 아닐 겁니다. 남재견이 눈썹 위를 긁으며 말했다. 규원은 남재견이 버크민스터 풀러보다 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열 시간 동안 강의를 했으니까. 모두가 잠들어도 멈추지 않았고 시간과 존재에 구멍을 뚫을 것처럼 언어의 폭격을 퍼부었다.
_장편 연재 1, 「문학이론입문」, 정지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