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계간지 2023 겨울
저자 | 자음과모음 편집부 |
저자2 |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발행일 | 2023-12-01 |
사양 | 476쪽 |
ISBN | 2005-2340 (34) |
분야 | 문예 계간지 |
정가 | 18,000원 |
59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겨울호에서 다루는 주제는 ‘안전감’이다. 근래의 사회를 강타한 가장 큰 이슈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전쟁의 끔찍한 폐해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건들, 즉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루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종다양한 혐오 범죄와 예기치 못한 사고들에 대한 기억이 우리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 “불안은 어떤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만 발생하는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저마다의 이유로 활개”를 친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에게 안전이란 감각은 무엇인가. 그 감각은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와 문화를 변형시키고 있는가. 우리는 사회와 문화와 문학의 세 꼭짓점 속에서, 이미지와 글을 통해 ‘안전감’을 발견하고, 삶에 파고든 ‘불안의 평범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창작 현장에 대한 RE: 문학론 마지막 연재도 깊이 있게 읽어주길 바란다. 지난가을의 시와 소설을 나누는 평론가들의 메일 대화, 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는 비평, 에세이를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전하는 유쾌한 가이드에 관한 글, 최근 발간된 시집과 소설집, 장편소설에 관한 리뷰 등을 실었다. 그리고 2023 네오픽션상을 발표한다. ‘가슴 뛰는 이야기의 세계’를 펼친 수상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
“모든 격차를 초월하며 잠식하는 감정은 언제나 기어코 불안과 공포에 관련한 것이었다.”
59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겨울호에서 다루는 주제는 ‘안전감’이다. 근래 사회를 강타한 전쟁의 끔찍함은 물론,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종다양한 혐오 범죄와 예기치 못한 사고들에 대한 기억이 우리의 삶을 위축시킨다. “불안은 어떤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만 발생하는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저마다의 이유로 활개”를 친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에게 안전이란 감각은 무엇인가. 그 감각은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와 문화를 변형시키고 있는가. 안전을 추구하는 감각, 안전감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통감각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리의 물음에 응답하는 이미지와 다섯 편의 글이 이번 호 크리티카를 두텁게 채운다.
위태로움을 포착하는 기슬기 작가의 이미지로 시작된다. 이 이미지들은 흑백의 조화나 상하좌우의 대칭으로 기묘한 균형감을 보여주면서 바로 그곳에서 발생하는 위태로움을 포착한다. 강덕구 평론가는 오늘날의 예술이 대개 “자본의 입맛”과 “여론의 압력”, 즉 일반 대중과 여론 양쪽 모두 거스르지 못하는 불안에 처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강상준 칼럼니스트는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연작의 성공에서부터 최근 한국 출판 시장에서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불편한 편의점』과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통해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자족하도록 독려만 하는” 전반의 사정을 다루었다. 배예람 작가는 호러야말로 “주인공의 안전한 일상을 망가트리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는 장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현실에 민감하고 사회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장르라는 분석에 이른다. 안지나 평론가는 한국 웹소설의 소설적 장치를 분석해 “기존의 낭만적 사랑이 자리를 잃어가고 사회적 네트워킹이나 친밀한 관계의 형성조차 불안정성으로 배제되는 상황”을 징후적으로 포착한다. 오찬호 평론가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불안에 관련한 감각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그리면서, 이 불안에 대한 감각이 발생하고 또 다른 불안을 낳는 식의 악순환이 어떻게 선순환하는가를 살펴본다.
계절을 물들이는 일곱 편의 신작 시
김기태 안윤 위래 이장욱 소설가의 신작 단편소설
한정현 소설가의 장편 연재 마무리
창작란은 주목받는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으로 다채롭게 꾸렸다. 김기태 ‧ 안윤 ‧ 위래 ‧ 이장욱 소설가의 단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김도 ‧ 김행숙 ‧ 이서하 ‧ 이제니 ‧ 이제야 ‧ 이하윤 ‧ 황유원 시인이 귀한 신작을 보내주었다. 가을에 이어 한정현 소설가의 장편소설『신과 나쁜 사랑의 시대』의 두 번째 장편 연재는 이번 호로 마무리된다.
한국문학에 다가가기, ‘한국문학 가이드북’
깊고 날카로운 비평의 세계 확장 ‘메타비평’
현장을 기록하는 걸음, ‘RE: 문학론’
비평 지면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소설과 시 다음으로 이어지는 한국문학 가이드북의 주제는 ‘에세이’다. 에세이스트 금정연 작가가 에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몽테뉴의 정의에서 시작한 이 유쾌한 글에서 각자의 에세이를 찾아보자. 지난 계절 『자음과모음』의 주제에 응답하는 비평은 김건형 평론가가 써주었다. 가을호에 실린 좌담을 비판적으로 읽어가며 대화를 지속해나간다. 박동억 평론가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말 건넴이다”는 명제에서 출발해 문학비평이 가지고 있는 대화의 요소들을 살핀다. 전청림 평론가는 최근 문학론의 담론들, 특히 신유물론과 관해 “인간과 비인간에 관해 말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삶의 작위”라고 주장한다.
창작 현장에 대한 ‘RE: 문학론’의 마지막 연재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길 바란다. 사진 잡지 『보스토크』 박지수 편집장이 사진과 글에 관해 썼고 ‘새로운’ 시론 속으로 천착하는 김나영 평론가의 글이 실렸다. 혁신 이후 『자음과모음』은 지난 두 계절 동안 시론, 소설론, 매체론에 관한 다양한 글을 연재했다. 여전히 문학에 질문하며 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기획이었다. 새로운 시대의 작가와 독자를 위해서 글을 쓰고 읽는 데 필요한 개념과 태도 및 질문들을 담아냈던 RE: 문학론이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이 계절의 시와 소설에 관해 묻다 ‘#시소’
책을 읽는다는 경험과 확장 ‘리뷰’
‘#시소’에서는 두 평론가가 지난가을에 발표된 시와 소설에 관한 넓고도 풍부한 대화를 나누었다. 노태훈 ‧ 홍성희 평론가가 시를, 김요섭 ‧ 박혜진 평론가가 소설을 맡아 각각 열 편씩의 시와 소설에 관한 다정하고 깊은 메일을 주고받았다.
‘리뷰’에서는 여름과 가을 사이에 발간된 시집과 소설을 다루었다. 권영빈 ‧ 김다솔 ‧ 소유정 ‧ 안지영 ‧ 이은지 ‧ 홍미르 평론가가 박지영 소설집 『이달의 이웃비』, 임선우 소설집 『초록은 어디에나』, 한연희 시집 『희귀종 눈물귀신버섯』, 주민현 시집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이유리 연작소설집 『좋은 곳에서 만나요』, 황모과 장편소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관한 글을 실어주셨다.
신예 작가의 탄생, 2023 네오픽션상 발표
국지호 『그들은 바다에서 왔다』, 기에천 『귀여운 것들』
2023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은 대상 없이 우수상 두 분을 공동 선정했다. 국지호 작가와 기에천 작가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예/본심작에 대한 강지영・김희선・심완선・정소연 심사위원의 평과 수상자의 수상 소감이 실렸다. 참신하고 예리한 상상력을 발휘한 수상자에게 깊은 축하의 마음과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머리글
김나영 일인용 안전감
크리티카|안전감
기슬기 Photos, Library, All Photos, Select Items, Edit, Done
강덕구 모험을 떠나는 밀레니얼 세대의 예술가―그들이 처한 궁지
강상준 위로하는 소설의 함정
배예람 안전 속에서 불안전의 세계를 쫓다
안지나 ‘불안사회’의 문학
오찬호 불안을 피했는데, 더 불안해지다
2023 네오픽션상 발표
한국문학 가이드북
금정연 에세이에 대하여
시
김도 체크포인트 외 1편
김행숙 우리가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외 1편
이서하 그와 거의 동시에 외 1편
이제니 옛날의 숲에게 외 1편
이제야 우리의 이해 외 1편
이하윤 상온 외 1편
황유원 에스컬레이터 외 1편
단편소설
김기태 팍스 아토미카(Pax Atomica)
안윤 담담
위래 치팅
이장욱 생각하는 폐허
장편소설
한정현 신과 나쁜 사랑의 시대 (2) ― 한국전쟁기 KLO 여성 첩보원 송화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메타비평
김건형 비평, 영토, 인구 — ‘메타비평’의 나르시시즘과 소멸의 통치술
박동억 누구에게 말 건넬 것인가 ― 동시대 문학론 비판
전청림 인간 책임주의 선언 ― 신유물론과 비인간 담론의 재독해
RE: 문학론
김나영 새로움은 선언일 수 있을까 ― 시론을 위한 시론
박지수 어려움과 두려움 ― 사진 읽기와 쓰기에 관해서
#시소
노태훈 · 홍성희 믿음을 믿음
김요섭 · 박혜진 겹쳐지는 말들
리뷰
권영빈 가성비 인간의 극사실주의적 초상
김다솔 유령이 무슨 색으로 빛나는지 아세요?
소유정 모든 ‘아무’의 이야기
안지영 미래의 우리는 강하다
이은지 더 좋은 곳으로
홍미르 사신은 논한다史臣曰
색인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허구를 통해 마련된 위로와 안식으로 이 삶을 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기 밖의 모든 존재와 부딪히고, 때로는 자기 안의 것들과도 충돌하면서 거듭 매 순간 자기를 확인하는 과정이 삶 자체라는 데 동의한다면 말이다. 예술과 문학이 기어코 타자 간의 갈등과 충돌을 그 본질로 삼아온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현생만으로도 피곤하고 괴로운데 굳이 새로운 갈등과 고통을 향유라는 이름으로 접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주위를 둘러볼 겨를 없이 나의 성취와 성공이 급급한 사정,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되지 않느냐는 성과주의에는 공통적으로 저마다의 삶에 대한 애정과 보살핌보다 자조와 체념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_김나영, 「일인용 안전감」
영화적 사건에 관객을 연루시키는 애스터의 방식은 교묘하기 짝이 없는 사기꾼의 것이다. 관객은 애스터의 영화에 불미스러운 방식으로 연루된다. 사건의 목격자가 된 관객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이야기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쓴다. 하지만 관객 그 자신조차 영화 속의 배경이 된다. 관객은 현실의 찌꺼기가 되고, 허구의 그림자로 격하된다. 이것이 우리 세대의 영화감독들이 여론과 사회가 강요하는 안전함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예전처럼 여론을 도발하는 예술이 불가능한 시대가 왔음을 알고 있다. 닉 드르나소와 아리 애스터 모두는 그저 방 안을 어지럽히고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어지럽히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인 것처럼 행동할 뿐이다.
_강덕구, 「모험을 떠나는 밀레니얼 세대의 예술가」
판타지 장르가 인간 외 여러 지성체를 동원하는 것은 곧 인간을 객관화하는 장치가 된다. 이는 인간이
지닌 본연의 장점과 결점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반드시 선할 리 없는 인간의 악의나 욕망을 들추고 이를 전쟁이나 모험으로 형상화해 인물 간 갈등과 성장, 오해와 좌절을 그리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자유로운 무대가 되어준다.
_강상준, 「위로하는 소설의 함정」
호러물은 주인공의 안전한 일상을 망가트리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는 장르다. 안전한 일상이라는 영역에는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다. 주인공을 둘러싼 세상, 집, 가족, 친구, 연인 그리고 주인공 자기 자신까지. 괴물과 좀비가 등장하며 세상이 혼란에 빠지고, 안락한 집은 공포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 친구, 연인이 의외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하며, 끝내는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_배예람, 「안전 속에서 불안전의 세계를 쫓다」
웹소설은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신자유주의 경쟁의 장인 동시에 가장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 내부에서 기존의 낭만적 사랑이 자리를 잃어가고 사회적 네트워킹이나 친밀한 관계의 형성조차 불안정성으로서 배제되는 상황은 분명히 징후적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웹소설의 독서 행위야말로 가장 불안정하고 감정적인 행위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한국 대중의 가장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_안지나, 「‘불안사회’의 문학」
감각은 신체의 생물학적 반응이지만, 그 강도와 빈도는 사회적 산물이다. 개인이 무엇에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관련 정보를 어떻게 축적했는지에 따라 감각의 증폭은 천차만별이다. 범죄를 보고 분노하는 감정은 지극히 일반적이겠지만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이야기의 범위는 달라진다.
_오찬호, 「불안을 피했는데, 더 불안해지다」
“그런 글이 있다고 쳐보자.” 브라이언 딜런의 『에세이즘』은 롤랑 바르트를 인용한 제사(題詞)와 함께 시작한다. 나는 에세이에 대한 에세이를 시작하는 그보다 나은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런 글이 있는 게 아니다. 저런 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글이 있다고 ‘쳐보는’ 것, 그것이 바로 에세이다……. 그런데 그런 글이 뭐지?
_금정연, 「에세이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