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계간지 2023 가을
저자 | 자음과모음 편집부 |
저자2 |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발행일 | 2023-09-01 |
사양 | 480쪽 |
ISBN | 2005-2340 (33) |
분야 | 문예 계간지 |
정가 | 18,000원 |
58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가을호에서는 ‘f(x)’라는 주제로 읽고 쓰는 이들이 동시대 문학장을 살펴보고 질문한다. 우리를 점검하고자 한 가장 큰 동력은 ‘리부트’ 이후의 한국사회와 이를 반영하는 문학이다. “최근 십 년 정도 한국문학은 한국 사회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하게 바뀌어왔다. 특히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많은 부침과 갈등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힘은 강력했고, 이제 기본적인 전제는 어느 정도 공유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페미니즘이라는 함수에 다양한 값들을 넣어보기로 했다.” 평론가와 작가의 좌담으로 시작된 이 함수의 여정에는 인류학자, 언어학자,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하여 각자의 시선으로 사회와 여성 그리고 인간을 바라본다.
창작 현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되었다. 지난 계절의 시와 소설에 관한 평론가들의 메일 대화, 비평을 더욱 깊이 있게 읽어가는 비평, 한국 시를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전하는 유쾌한 가이드에 관한 글 등을 실었다. 신인 평론가들의 목소리를 다수 담은 리뷰 지면에서는 개인적인 발화의 위치에 선, 새로운 시각의 독서 경험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페미니즘이라는 함수에 다양한 값들을 넣어보기로 했다”
58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가을호에서는 ‘f(x)’라는 주제로 읽고 쓰는 이들이 시대와 문학을 살펴보고 질문한다. 2010년을 경유하여 한국문학은 그 사회만큼이나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였다. 우리를 점검하고자 한 가장 큰 동력은 ‘리부트’ 이후의 한국사회와 이를 반영하는 문학이다. 특히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는 문학과 사회가 더욱 결부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강력한 힘이 대두되었다. 이제 혐오와 갈등 속에서 올바름의 전제는 어느 정도 공유되었다고 느껴진다.
“노골적인 여성 혐오는 설 자리를 잃었고 정치적 올바름이나 정체성 정치 등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 누군가의 의견을 섣부르게 백래시로 단정하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하기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에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하게 되기도 했다. 동시에 이런 신중함이 즉각적이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갈등과 균열을 교묘히 감추는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페미니즘이라는 함수에 다양한 값들을 넣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문학과 사회의 단면들을 바라보기를 원했다. 인류와 언어 그리고 그들이 빚은 문학이 지니는 메시지와 그 방향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f(x)’라는 주제로 읽고 쓰는 학문하는 이들이 함께 시대를 살펴보고 질문한다. 평론가와 작가의 좌담으로 시작된 이 함수의 여정에는 인류학자, 언어학자,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하여 각자의 시선으로 사회와 여성 그리고 인간을 바라본다.
계절을 물들이는 일곱 편의 신작시
문진영 박지영 배기정 성해나 윤고은 소설가의 신작 단편소설
한정현 소설가의 장편 연재 시작
창작란은 주목받는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으로 다채롭게 꾸렸다. 문진영 ‧ 박지영 ‧ 배기정 ‧ 성해나 ‧ 윤고은 소설가의 단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고명재 ‧ 김개미 ‧ 김선우 ‧ 김은지 ‧ 남현지 ‧ 이제재 ‧ 장혜령 시인이 귀한 신작을 보내주었다. 두 계절 동안 연재될 한정현 소설가의 장편소설『신과 나쁜 사랑의 시대』가 시작을 알린다.
한국문학을 읽는 또 다른 방법 ‘한국문학 가이드북’
비평으로 대화 잇기 ‘메타비평’
문학, 현장 그리고 다시 문학, ‘RE: 문학론’
비평 지면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한국문학을 읽어보며 마음먹었지만 해석이라는 벽 앞에 선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의 면면을 소개하고 길잡이가 되려 하는 기획을 오은 시인이 이어받았다. 이번에는 한국시, 특히 현대시에 대해 다룬다. 지난 계절의 비평을 맥락화하며 작품과 그에 따른 응답을 다시금 쟁점화한 ‘메타비평’ 코너에서는 우선 이소 평론가가 최근 ‘신유물론’이 당도한 한국문학과 그 관련의 논의들을 꼼꼼히 검토한다. 한국문학 특유의 반성과 성찰을 탐구하는 이 비판적 논의가 더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전영규 평론가는 한국문학의 지나간 풍경들을 가시화하며, 우리가 바꾸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고, 결국 바꾸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특히 문학이 가져야 할 어떤 ‘책임’에 대해 비평적 접근을 시도한다. 최가은 평론가는 지난 호 『자음과모음』에 실린 비평에 대한 응답이자 우리가 계속 고민하고 있는 비평의 ‘대화’라는 것이 어떤 형식과 담론을 만들어내는지, ‘비평하는-나’를 심문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썼다.
이번 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RE: 문학론’ 또한 흥미롭다. 시론의 첫 논의로 시가 ‘나’를 만나는 일임을 이근화 시인의 언어로 풀어냈다. 소설론에서는 인물과 서사학, ‘준거틀’에 관한 이지은 평론가의 소설론을 만나볼 수 있다. 영상 매체에 관한 깊고 의미 있는 논의를 다루어준 남수영의 매체론도 주목할 만하다. 이 세 글을 통해 지금-여기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직접 만들자는 의의가 독자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이 계절의 시와 소설에 관해 묻다 ‘#시소’
책을 읽는다는 경험과 확장 ‘리뷰’
‘#시소’에서는 두 평론가가 지난 계절에 발표된 시와 소설에 관한 넓고도 풍부한 대화를 나누었다. 전승민 ‧ 권희철 평론가가 봄에 발표되었던 시 9편에 대한 메일을, 안서현 ‧ 선우은실 평론가가 소설 10편에 관해 다정하고 세밀한 감상을 담은 메일을 주고받았다.
‘리뷰’에는 신인 평론가들을 주로 모셨다. 민가경 ‧ 민선혜 ‧ 송현지 ‧ 염선옥 ‧ 황사랑 ‧ 황유지 평론가가 최미래 소설집 『모양새』, 현호정 장편소설 『고고의 구멍』, 정영효 시집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손유미 시집 『탕의 영혼들』, 이자켓 시집 『거침없이 내성적인』, 이주혜 소설집 『누의 자리』에 관한 글을 실어주셨다.
머리글
노태훈 체크 포인트
크리티카|f(x)
노태훈 · 심진경 · 이현석 · 하재연 · 황인찬 한국문학은 여성의 것이 되었나
이상희 유전자에 새겨진 여성성
백승주 그가 아닌 그녀와 그녀인 그와 그 아무도 아닌 그의 이야기
김멋지 ‘우리’는 축제야
한국문학 가이드북
오은 누구(who)나 무엇(what)이 되어보기
시
고명재 작약 같은 사랑 외 1편
김개미 왜 집으로 온다는 거니 외 1편
김선우 시간의 창조자 외 1편
김은지 스포가 아닌 것 외 1편
남현지 가이드 외 1편
이제재 작은 거울이 있는 카페 외 1편
장혜령 겨울로 가는 사람 외 1편
단편소설
문진영 덜 박힌 못
박지영 장례 세일
배기정 무인양품적 인간
성해나 혼모노
윤고은 이거 홍해파리 같은 얘긴데
장편소설
한정현 신과 나쁜 사랑의 시대 (1) — 한국전쟁기 KLO 여성 첩보원 송화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메타비평
이소 나의 아름다운 사물들 — 신유물론과 비평에 관하여
전영규 작은 것들의 침투 — 대선 이후, 문학의 정치에 대한 단상들
최가은 비평의 조건 — 예속과 애착
RE: 문학론
이근화 질문과 가면 — 죽음 너머 사랑을 발견하는 시적 유희들
이지은 선을 (안) 넘는 인물들
남수영 얼굴 없는 시대의 매체인문학
#시소
전승민 · 권희철 이쪽으로 오세요, 건너편으로 가게
안서현 · 선우은실 타인의 삶 — 얼룩, 비행기표 그리고 다른 창문
리뷰
민가경 지난 이야기, 영원한 현재, 그리고……
민선혜 구멍으로부터 다시 시작되는
송현지 우리는 조금 더 먼 곳에서 만나
염선옥 상실의 시대, 진정한 회복을 꿈꾸는 ‘오리엔테이션’
황사랑 차이와 살아가기
황유지 가장 작은 사랑의 단위
문학 역시 여러 의미에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십 년 정도 한국문학은 한국 사회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하게 바뀌어왔다. 특히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많은 부침과 갈등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힘은 강력했고, 이제 기본적인 전제는 어느 정도 공유되었다고 판단된다. (……)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페미니즘이라는 함수에 다양한 값들을 넣어보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가 치열하게 쌓아왔던 여성주의적 논의에, 세계를 인식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으로서의 페미니즘적 ‘관점’을 더해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해보고자 했다.
_노태훈, 「체크 포인트」
우리가 사회적으로 쓰이는 언어로써 창작할 때는 수많은 기제들 속에서 내적 검열을 하고 그 안에서 대결하며 나오는 것이 결국 내 창작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016년 이후 의식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의식하게 함으로써, 내가 쓰고 재현하고 있는 언어들이 이 세계의 오염된 언어와 얼마나 닮아 있는가, 어디에서 그것들과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전환했다고 봐야죠. 이건 아주 유의미한 전환이었고,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소를 열어줬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한국문학에 새로운 언어를 기입하게 하는 데 힘이 됐다고 보는데요. 다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어떤 언어나 재현을 써도 되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창작자로서 고민될 수 있습니다.
_노태훈 심진경 이현석 하재연 황인찬, 「한국문학은 여성의 것이 되었나」
수렵과 채집이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원초적인 분업 행위이며 성별에 기초한 분업이 인류 진화의 근본적인 구분이 되어왔다는 생각은 수렵 가설로 대표된다. 채집을 전담하는 사람으로서의 여성은 수렵을 전담하는 사람으로서의 남성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남자는 수렵, 여자는 채집”이라는 성 분업을 통해 인류는 생산성을 고양했다는 생각은 의외로 사회 깊숙이 스며 있다. 필자는 고인류의 성 분업에 의문을 제시하는 대중 칼럼을 쓸 때마다 ‘댓망진창’을 기대한다. “남자는 수렵하고 여자는 채집했다는 기초도 모르면서 무슨 인류학자냐!” 이 정도면 꽤 점잖은 댓글이다.
_이상희, 「유전자에 새겨진 여성성」
‘그녀’는 she나 피녀의 단순 번역어가 아니다. 한국어 ‘그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한국소설은 가면을 쓰고 가면을 가리키기라는 ‘그녀’의 용법을 새롭게 개발했고, 한국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그 용법을 공유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성이란 주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녀’를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하고 그 용법을 폐기하는 게 맞는 것일까? ‘그녀’의 용법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이 채울 수는 없는 것일까? ‘그녀’로 ‘그녀’를 다시 발견할 수는 없는 것일까?
_백승주, 「그가 아닌 그녀와 그녀인 그와 그 아무도 아닌 그의 이야기」
되어보는 일은 시를 이해하는 데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나를 잠시 내려놓고 누구(who)나 무엇(what)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저 멀리 외따로 존재하는 텍스트를 내 곁에 다가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되어보기를 하고 나서 시를 접하면, 생경한 것은 친숙한 것으로 현현하고 단순히 주입식으로 암기했던 시의 내용들은 천천히 내 몸으로 흡수된다. 이는 성별, 국적, 나이, 출신 등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을 애써 물리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시적 화자가 직접 되어봄으로써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나 자신의 상황과 비교해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이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협하게 살아왔는지 깨닫고,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내 주변 환경과 경험이었음을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 속 상황의 ‘그럴 수도 있음’은 ‘그럴 법함’이나 ‘그럴 수밖에 없음’의 상태로 변화한다.
_오은, 「누구(who)나 무엇(what)이 되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