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 수상작 심사평

작성자
자음과모음
작성일
2024-06-12 14:46
조회
16756
제2회 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 수상작

대 상 : 없음
우수상 : 우설리, 「아가미 소년」

🔖 제2회 이지북 초록별샤미 SF환경동화 수상작 심사평
- 어린이‧청소년이 미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문화를 희망하며



지난 4월 23일을 시작으로 ‘청소년 기후 소송’의 공개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법정에서 울려 퍼진 어린이‧청소년의 절박한 목소리는 그들에게 미래를 위한 공부를 강요하면서 막상 그들이 살아갈 미래 환경에는 무관심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러한 때 초록별샤미 사이언스판타지 환경동화 공모전은 어린이‧청소년 입장에서 지구환경 문제를 성찰하고, 그 위기를 헤쳐나갈 상상력과 지혜를 발휘하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


제2회 응모작은 전반적으로 발상은 흥미롭지만, 기시감이 들고 서술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많았다. 그 효과를 알 수 없는 기계적인 의인화, 인물의 말을 빌려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명과 훈계 등 동화에 대한 어떤 유형화된 편견을 답습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인간중심적 태도를 지적하면서도 동물 등의 비인간 재현이나 대안 모색에서 인간중심적 시선이 두드러지는 한계를 보였다. 그 가운데 환경문제에 대한 기발하고 진지한 상상력이 돋보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네 편 선정해 수상작을 뽑았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아가미 소년」 「위대한 시야: 모기왕의 습격」 「좀비가 된 내 친구」 「해인들의 도시」이고, 그중 「아가미 소년」을 대상 없는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아가미 소년」은 환경오염으로 육지가 바다에 잠겨 세계가 멸망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류는 미리 만든 부유식 인공섬 덕분에 멸종은 면했지만 여러 변종이 태어난다. 주인공 소년 ‘카이’는 아가미가 달린 변종으로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지만, 용기와 신의로 차별과 혐오, 전쟁을 일삼는 어른들을 화해시키고 자존감을 회복하며 성장한다. 또 육지 없는 세계에서 물고기를 닮은 자기 몸이 ‘기형’이 아닌 ‘진화’임을 깨닫는다. 이와 같이 환경과 세계가 달라지면 우리의 시선도 달라져야 함을 고민하고 제시한 점이 큰 장점이다. 또 사건 전개가 매끄럽고 극적 긴장감을 연출하여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제재적 측면에서 참신성이 떨어져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위대한 시야: 모기왕의 습격」은 기후 위기로 모기왕이 출현하고 거대해진 모기떼가 인간을 공격하는 상상력이 독특하다. ‘모기왕’이라는 악당 캐릭터와 그를 물리치는 천재 소녀 ‘시야’의 형상화가 장점이고 연속물로 만들기에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인물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모호하고, 대결 장면을 묘사보다 대화와 설명으로 대체하여 사건 전개가 단순하고 단조롭다. 또 모기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하여 인간과 다른 동식물을 적대적 관계로 설정한 점도 생태적 관점과 거리가 있다. 태오가 시야를 좋아하는 로맨스 감성이 진부하고 작위적인 점도 아쉽다.


「좀비가 된 내 친구」는 좀비화하는 감염병 위기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위기를 헤치고 서로 돌보는 이야기이다. 어른들에 대한 전복적 태도와 좀비라고 다 적대적이지 않다는 설정은 의미심장하지만 독자를 납득시키기엔 부족해 보인다. 세련된 문장으로 사건을 긴장감 있게 전개시키는 서술이 장점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요즘 유행하는 좀비 영화나 드라마, 웹툰과 유사하여 작가만의 좀비 세계를 그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해인들의 도시」도 「아가미 소년」처럼 지구 멸망 후 육지가 사라진 세계에서의 삶을 상상하고 있다. 하늘과 바닷속 세계를 설계하고, 마침내 그 두 세계가 만나 새로운 대륙을 형성하는 전개가 흥미롭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장애가 있고, 고아인 어린이들을 104명이나 생체 실험 대상으로 삼고, 희생시킨다는 설정은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또 문법적 오류와 구태의연한 서술 등 정돈되지 못한 서술이 감상에 큰 방해가 되었다.


사회인류학자이자 훌륭한 소설가이기도 한 아미타브 고시는 비서구적 관점으로 기후 위기를 다룬 저서 『대혼란의 시대』에서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라고 하였다. 이를 돌려 생각하면 상상력과 문화의 힘을 키워야 환경문제에 무력해지지 않을 수 있다. 어린이‧청소년이 미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문화를 희망하며 ‘제3회 초록별샤미’ 공모전에선 더 재미있고 힘 있는 동화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태호(작가), 최배은(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