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이지북 고학년 장르문학상에는 47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심사위원 박하익(작가)과 이하나(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가 나누어 읽고, 예심을 거쳐 본심을 진행하였다. 응모 편 수는 예년에 비해 적었으나, 응모작 한 편 한 편의 완성도가 고루 높아 그사이 어린이 독자 대상의 장르문학 토대가 튼튼해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본심을 위해 만난 두 심사위원은 역량 있는 응모작 덕분에 예심 과정이 행복한 고민이었다는 데 공감했다. 가장 많이 응모된 장르는 SF였다. 그러나 작품 수가 많은 것에 비해 주로 최근 관심사인 AI, 로봇, 자율 주행, 드론 등 과학 기술을 도구적으로 활용한 데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과학적 지식과 이론을 단지 장치로만 동원하기보다 그로부터 어린이 독자와 함께 사유하고 싶은 상상력을 펼칠 때, 장르‘문학’으로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추리․미스터리 응모작들에서는 장르적 매력과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를 두루 고심한 흔적이 엿보여 반가웠다. 본심만큼이나 쟁쟁했던 예심에서 여섯 편의 작품을 신중히 골랐다.
『나의 특별한 손님, 가방족 알테오』는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수선 가게에서 가방 모양으로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과 조우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갈수록 심화되는 자본주의 논리 속에 어려서부터 소비자 정체성을 체화하기 쉬운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수선 가게’라는 공간을 무대로 비효율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사랑스러운 동화였다. 무엇이든 손쉽게 복제하는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 완벽한 복제품은 없다며 손때 묻은 것의 소중함을 넌지시 일깨우는 메시지를 장르적 상상력 안에 녹여내 인상적이었다. 다만 고학년 독자가 만족감을 느끼기에는 서사 구조가 다소 아기자기한 선에 머물러, 저학년 공모에 더 어울렸을 법한 작품이었다.
『어시장 축제』는 우연히 ‘어린이 시험장’에 모인 인물들을 통해 이제 막 사춘기로 진입하는 10대 초반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세심하면서도 경쾌하게 포착해 눈길을 끌었다. ‘시험’을 외부로부터 평가받는 억압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내 안의 감정을 직면하고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축제’의 과정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흡사 온다 리쿠를 연상케 하는 심리 묘사가 빼어난 한편, 문체나 표현에 있어 일본 장르문학의 영향이 두드러져 수상작으로 선보이기에 주저되었다.
『하얀 버스와 영혼들의 미용실』은 사후 세계에 대한 한국의 전통 상징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타지였다. 주인공이 ‘하얀 버스’라는 이동 수단을 통해 이승과 저승의 중간 지대인 영혼 미용실을 오가면서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어린이가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수용하는 길을 찾고자 애쓴 작가의 사려 깊은 태도가 미더웠다. 담담한 전개로 독자들을 주인공의 애도 여정에 동행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것은 미덕이었지만, 전반부에서 후반부로의 전환이 갑작스러운 점과 결말이 완성되지 않은 듯한 마무리가 아쉬움을 남겼다.
본심에 오른 여섯 편의 응모작 가운데 최종적으로 주요하게 논의한 작품은 『불량소녀, 탐정이 되다』 『창귀 목소리』 『타임 스티커』 세 편이었다.
『불량소녀, 탐정이 되다』는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주인공이 요양원에서 연달아 벌어지는 노인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동화다. 무늬만 ‘불량’이 아니라, 실제로 범죄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여성 어린이 인물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띄었다. 빈곤, 차별, 돌봄과 관련된 사건들을 추리 서사 속에 유기적으로 결합한 저력이 탁월하며, 동화 속 어린이 탐정의 활동 반경을 한 뼘 넓힌 작품이었다. 하지만 주요 줄기를 이루는 살인 사건을 묘사함에 있어 ‘죽음’을 일견 소홀히 넘기는 듯한 장면이 우려스러웠다. 아동문학에서 죽음을 감추거나 피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충분한 숙고와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손에서 내려놓기 아쉬웠던 작품은 『창귀 목소리』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몰락한 양반 가문의 소년이 주인공인 역사 호러 판타지다. 민속학적 배경지식과 호러 장르 문법이 균형감 있게 조화를 이룬 수작이었다. 사료를 탄탄하게 활용하면서도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핍진한 목소리를 살려, 현대의 어린이가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몰입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전통 괴담 ‘창귀’를 바탕으로 신분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10대 인물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 주어진 세계를 떠나는 결말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공포’라는 감정에 천착하는 동시에, 지금 이 시대의 역사 동화로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또한 놓치지 않았다. 한국 전통문화, 무속 소재를 매력적으로 담아 해외 번역 출간, 영상화 등 IP로서의 가능성도 갖추었다. 다만 주인공의 나이가 10대 중반인 점과 서사의 규모, 주제 의식 등을 고려했을 때 영어덜트로 출간되는 편이 합당하겠다는 판단에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타임 스티커』는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법한 흡인력과 폭넓은 대중성이 독보적인 작품이었다. 어린이 주인공이 타임 슬립을 통해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엄마를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타임 슬립은 장르문학에서 익숙한 소재이지만, 『타임 스티커』는 그간 여러 동화에서 반복되어 온 낯익은 설정들을 조금씩 변주하며 남다른 재미와 의미를 발굴해 냈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상상력을 선보이는 것보다 흔한 재료들의 조합으로 이제까지 없던 풍미를 구현하는 데서 기량이 증명되기도 한다. ‘손절’과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나와 타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관계’를 포기하는 쉬운 선택 대신 소중히 돌보려는 노력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는 이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었다. 작품 속에서 세대를 뛰어넘어 딸과 엄마를 이어 준 애니메이션 ‘몬스터 리그’처럼, 『타임 스티커』 역시 30년 후에도 이 동화를 사랑하는 어린이가 어린 시절 읽은 이 책을 기억하는 누군가와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출간이 기다려지는 작품을 보내 주신 수상 작가께 축하를, 머잖아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예감이 드는 응모자들께 용기를 힘껏 전해 드린다.
심사위원 박하익(작가), 이하나(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