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와 이야기를 한 번에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기존 이야기에 환경 문제 배경만 살짝 끼워 넣거나, 문제의식만 내세운다. 이야기의 흥미를 놓쳐버린 작품도 많았다. 이야기의 파고를 쫓다가 환경에 대한 경각심까지 자연스럽게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향점을 말로 하는 건 쉽지만,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다시 느낄 수 있는 심사 과정이었다.
지향점을 잘 찾아내어 예심을 뚫고 올라온 본심 작품은 『이로하와 수상한 구름 호텔』 『구름 도시와 마지막 겨울』 『도미토리』 『고래가 노래하는 곳』 총 네 편이었다.
『이로하와 수상한 구름 호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구름 호텔이라는 흥미로운 배경과 사건의 전개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말해준다. 신비한 호텔에서 펼쳐지는 문제 풀이 구조는 방 탈출 게임처럼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 다만 장면들이 신비롭긴 한데, 허공에 뜬 것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긴박한 상황들을 극복해 나가지만 현실적 위기나 긴장감은 약하다. 구름 위에서 허우적대는 꿈속 같은 장면을 줄이고, 무릎이 까이고 계단을 구르고 쫓고 쫓기는 긴박함이 필요해 보인다. 위기에 빠졌을 때, 끼워 맞추듯 미리 준비된 열쇠들이 척척 나타나는 점도 아쉽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름 도시와 마지막 겨울』
구름 도시라는 미래 모습을 작가가 잘 그려냈다. 첫 번째 구름과 르미라는 귀걸이 속 인공지능 설정도 흥미롭다. ‘마지막 겨울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겨울섬으로의 모험과 첫 번째 구름의 반전 상황들을 잘 엮어내었다. 흥미롭던 르미의 역할이 중간에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모험 내내 함께하다가 결정적 위기의 순간 주인공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전개는 어떨까?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아쉬움은 구름 도시와 겨울섬, 즉 계급 사회 차별에 대한 해결 방안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주인공이 모험하고 난 후 모든 문제가 알아서 해결되는 모호한 결말이 아쉽다.
『도미토리』
항공기 비상 착륙과 산소마스크, 산소 패치 등 다양한 소재를 잘 이용해서 위기감을 조성하고 긴박한 상황까지 잘 끌어낸다.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다. 환경 위기 극복에 앞서 인간의 개인적인 이기심을 표현한 주제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다만, 설정상 허술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비행기 납치, 로봇 엔지니어를 의도적으로 탑승시킨 부분, 기내 산소마스크 소량 배치, 주인공에게 생명 같은 산소 패치를 너무 쉽게 잃어버림, 엄마를 자주 보러 가는 수지가 엄마의 병력(결핵)을 모른다는 점, 생명의 위협을 받는 위험한 상황에서 수지가 주인공을 따라가는 어려운 결정을 너무 쉽게 한다는 점 등 설정이 맞지 않거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많아서 아쉬웠다.
『고래가 노래하는 곳』
수족관에 들어가는 꿈을 가진 뱀머리돌고래 이야기다.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잘하고, Hello, help 등 어렴풋이 인간의 글을 이해하는 똑똑한 돌고래 설정이 흥미로웠다. 처음엔 인간들의 수족관에 들어가 안전한 삶을 꿈꾸던 뱀머리돌고래는 고래들이 학살되는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지만, 엄마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한다. 결국, 자신마저 인간들에게 붙잡히지만, 용기를 내서 친구와 함께 도망친다. 뱀머리돌고래는 그 일로 개인의 안위가 아닌 다른 고래들의 삶을 위해 고난한 여정을 선택한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머나먼 여정을 적절한 긴장감과 감동으로 그려냈다. 처음엔 먹잇감으로 여겼던 뱀머리돌고래를 돕는 범고래 무리와 약속을 지키려는 혹등고래 무리. 자연의 동물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인간들의 잔인성에 대항한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주변의 비난과 실패 예언을 보기 좋게 이겨낸다. 조금 지루한 느낌이 있는 앞부분 전개를 좀 더 속도감 있게 만들어주면 더 쉽게 고래와 함께 태평양을 유영하는 상상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
고래의 긴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고래가 노래하는 곳』은 대상작으로 선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심사 위원 김태호(작가), 박현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