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당선자 및 수상작을 발표합니다!
서동찬, 『특별한 호두』
심사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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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연 (문학평론가)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본심에는 총 5편의 작품이 올라왔다. 이중 『집단 기억상실 증후군에 관한 보고』와 『모쏠이 전하는 진심 어린 하찮은 조언』은 유머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작품 내부에 성차별적인 발언과 전근대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들이 많아 아쉬웠다. 2023년, 지금 이곳을 사는 청소년들이 왜 이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한다면 이후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가시거리』는 ‘n번 방 사건’으로 그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사이버 성폭력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다루고 있는 소재 자체가 자극적인지라 소설을 읽는 초반부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사이버 성폭력의 대상이 된 여성과 그 고통을 적나라하게 전시한다던가 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주인공 연이의 피해자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서사의 맥락은 다소 구태의연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연이가 피해자인 것은 맞지만 이런 종류의 서사에서 여성의 피해자성이 강조되면 인물은 수동적인 자리에 놓일 수밖에 없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후반부에서 연이가 부모님과 화해하는 장면이나, 에필로그에서 은설이 자살을 시도하고 연이가 그것을 막는 에피소드들은 다소 급작스럽게 여겨졌다. 하지만 작품의 플롯이 단단한 점, 안정적으로 서사를 이끌고 가는 점은 작가의 장점으로 보였다.
『산의 제자』는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사는 도영이가 웹소설 작가로 대성하기 위해 동화작가인 권산을 만나 스승과 제자, 나아가 새로운 가족이 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서사가 단순하고 선명해서 가독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가족의 의미,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 등 식상해지기 쉬운 이야기들을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풀어갔다는 점도 높이 살 만했다. 그러나 가볍게 술술 읽히는 만큼 무게감이 부족해 청소년 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화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인상을 남겨 수상작이 되지 못했다.
『특별한 호두』는 두 명의 아빠와 사는 소년 호두의 이야기이다. 두 명의 아빠라는 설정은 우리 현실 속에서 다소 특수한 상황이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게이 커플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을 만큼 ‘두 명의 아빠’라는 상황은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이 작품은 누구나 특별하다고 볼만한 상황을 덤덤하게 풀어간다. 소설이 갈등의 문학인 것은 맞지만 폭력, 자살, 죽음이 난무하는 현재 청소년 소설의 자극적인 흐름 속에서 이 작품이 갖는 담담함은 인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읽혀 오히려 더 믿음직했다. 끝끝내 이른바 ‘한 방’을 보여주는 않는 점 역시 인물을 희생해서라도 폭발하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다른 이야기들과 명확한 차별점으로 다가왔다. 보기에 따라 이 담담함이 단점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긴 시간의 논의를 통해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을 다사다난한 삶과 충격에 대처하는 ‘새로운 주인공’의 탄생으로 읽고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이 작가와 작품이 우리 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바람이 되기를 바란다.
유영민 (소설가 -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당선자)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에는 총 79편이 응모되었다. 예년과 비교해 많은 작품 수에 감사함을 느꼈다. 장편소설 하나를 완성하는 데 얼마큼의 노력이 필요한 지 내 자신이 잘 아는 만큼, 심사위원으로서 예심 원고 하나하나를 애정을 갖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문장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작품이 많아 난감한 순간이 꽤 있었다. 글쓰기의 기본은 문장이다. 아무리 멋진 이야기를 갖고 있더라도 문장이 서툴면 그것을 제대로 펼쳐 보이기 어렵다.
또 한 가지 당혹스러웠던 점은, ‘어째서 청소년문학상에 응모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작품이 적지 않은 사실이다. 청소년 문학은 성인 문학, 아동 문학과 다르다. 카테고리가 분류되어 있는 점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작품을 투고하기 앞서 청소년 문학이란 무엇인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거기에 정답이란 없다. 작품의 주인공이 반드시 청소년일 필요도 없고 무대가 학교일 필요도 없다.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좋다. 그러나 주된 독자층이 ‘청소년’으로 정해진 만큼, 그들이 공감하거나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이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인간의 근원적 물음과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면 훌륭한 청소년 문학 작품이 될 것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산의 제자』 『집단 기억상실 증후군에 관한 보고』 『가시거리』 『모쏠이 전하는 진심 어린 하찮은 조언』 『특별한 호두』 이상 다섯 편이다.
『산의 제자』는 작가를 꿈꾸는 소년이 ‘대한민국 동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노인에게 가르침을 받는 이야기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 노인을 만나 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주인공은 참 스승을 통해 글쓰기 실력뿐만 아니라 내면도 성장해간다. 특히 직품의 후반부에서 허울뿐인 어머니와의 관계를 과감하게 끊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흥미롭고 멋지게 다가온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개가 너무 빠르고, 그 때문에 주인공의 심정 변화가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지나치게 짧은 분량과 연관 지어, 군데군데 에피소드가 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이야기나 인물이 새로운 건 아닌데다가 상황 묘사마저도 전형화된 틀을 따르고 있어 이미 어디서 읽은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의견이었다.
『집단 기억상실 증후군에 관한 보고』는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이 사라진 아이들이 서로 협동하여 좌충우돌 문제를 해결해가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일단 독특한 설정에서 기대감을 불러왔고, 이야기도 일정한 밀도를 갖고서 몰입감을 줬다. 인물들이 개성 있게 잘 그려졌는데, 특히 시니컬한 어투의 화자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서서 다소 허무하게 문제가 해결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판타지 장르일수록 정교한 복선과 설정을 통해 이야기의 설득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결말에 이르러 가해자와 피해자를 억지로 화해시키려고 한 시도도 맥을 빠지게 만들었다. 과연 피해자는 포스트잇에 적힌 몇 줄의 사과글로 가해자(자신을 자살로 몰고 간)를 조금이라도 용서할 수 있을까?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등장인물 모두가 화해하는 강박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싶다.
『가시거리』는 합성 사진 피해자인 여학생이 ‘헤븐’이라는 익명의 뮤지션을 매개로 뭉쳐진 친구들의 도움으로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는 내용이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까지 각자의 서사를 갖고 있는데, 그것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자연스레 이야기가 풀려간다. 말미의 범인과 관련된 반전도 큰 무리 없이 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작품의 문장력, 구성력 등이 능숙해서 작가의 습작 기간이 길었음을 짐작케 했고, 그에 따라 작가에 대한 믿음을 주었다.
다만 작품에 새로움이 없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꼽혔다. 사실, 괴롭힘 문제와 이를 여럿이 뭉쳐 극복해가는 이야기는 이미 기존 청소년 문학에서 무수하게 다뤘다. 그렇다면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발상이나 시각이 필요하다. 신인에게 거는 기대에는 신선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치한다.
『모쏠이 전하는 진심 어린 하찮은 조언』은 고등학교 동아리 ‘연애연구부’를 배경으로 한다. 주변의 비웃음 속에서도 꿋꿋하게 연애연구부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학생들의 모습이 시종일관 밝고 재치 있게 그려진다. 청소년들의 성 문제에 대한 적지 않은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하지만 다소 계도적으로 읽혀 독자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을까 우려가 들었다. 교훈이나 메시지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묻혀 있어야 하는데, 간혹 직접적으로 드러나 큰 아쉬움을 주었다. 또한 작품의 유머가 현재 청소년들의 코드와 맞는지 의문이 들었고, 그것이 때로는 과도하게 사용되어 작품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지 생각되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중심 서사가 허술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언급되었다.
『특별한 호두』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두 명인 아이가 주인공이다. 아버지들은 자기가 친부라고 믿지만 그것으로 인해 서로 다투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하는 평화로운 공존을 택한다. 아이는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결핍된 어머니 자리를 느끼지 못한다.
작품은 언뜻 폭발력 있는 소재를 의외로 굉장히 차분하고 덤덤하게 다룬다. 이 점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태껏 청소년 문학에서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 틀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러나 두 명의 아빠와 살아가는 아이의 일상이 디테일하게 그려지지 않아 상당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는 캐릭터 형상화와 연결되어 인물들이 다소 모호하게 그려진 원인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작품의 담백함이 지나쳐 어느 부분에서는 흐름이 늘어지는 인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불필요한 대사를 쳐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특별한 호두』를 뽑기로 합의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큰 작품이고, 문학상에서 요구하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모쪼록 앞으로 작가가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힘차게 열어가기 바란다.
본심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하늬마음휴양병원』도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군데군데 인상적인 글귀도 있었다. 그러나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고, 현재로서는 정신병원 인물들의 소개에 그치는 인상이다. 주인공이 그들과 얽히면서 마음이 어떻게 치유되는가, 하는 부분을 좀 더 고민하고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아쉽게 고배를 마신 분들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명랑 (소설가)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에는 총 79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응모작들을 읽으며 오랜 시간 내 마음속 서랍 안에 고이 간직해 왔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물음표 하나를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바로 “청소년 문학이란?”이라는 물음표를.
청소년 문학이란 무엇일까?
청소년 소설은 어떤 소설이지?
나는 왜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지금도 나는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다. 어느새 청소년 소설은 내게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내 문학의 중심이기에 오래전, 그러니까 이제 막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이 물음표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79편의 응모작품들을 읽으며 이제 막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번역서가 대부분이었고, 청소년 소설에 대한 개념조차 불분명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십 대이면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들에게 권장할 만한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야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들이 쓴 소설이 청소년 소설이다, 등등 논박이 이어졌고, 심지어는 청소년 소설을 쓴 작가들조차 “나는 청소년 소설이 뭔지 모른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 이제 우리 청소년 문학은 여기, 이런 모습으로, 내 앞에 와 있구나, 싶어서 79편의 작품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총 79편의 응모작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집단 기억상실 증후군에 관한 보고』 『모쏠이 전하는 진심 어린 하찮은 조언』 『산의 제자』 『가시거리』 『특별한 호두』 이상 총 다섯 편이다.
먼저 『집단 기억상실 증후군에 관한 보고』는 집단으로 기억을 잃게 되었다는 독특한 소재와 설정이 흥미로운 소설이다.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매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소설가로서의 앞날이 기대된다. 그러나 독특한 소재와 설정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문제 해결과 화해로 이어지기까지의 이야기 진행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모쏠이 전하는 진심 어린 하찮은 조언』은 ‘모쏠’이라는 소재와 사랑의 큐피드 역할이라는 설정은 흥미로웠으나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 서사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계도적인 느낌이 과하다 싶은 부분도 당선작으로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산의 제자』는 무엇보다 말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속도감과 몰입도 역시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할머니와 손자가 그려내는 가난의 풍경이 정형화되어 있는 점은 아쉽다.
당선작을 두고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만든 작품은 『가시거리』와 『특별한 호두』였다. 『가시거리』는 본심에 오른 작품 중 문장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더불어 ‘헤븐’이라는 가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플롯에서 오랜 시간 글을 다룬 이의 솜씨를 느낄 수 있었다. 서사의 탄탄함과 글을 이루는 세부 디테일 또한 정교해 끝까지 글을 읽게 만드는 힘도 탁월하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의 캐릭터에서 새로운 비전을 찾기는 힘들었다.
『특별한 호두』는 아버지만 두 명인 호두의 특별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처럼 특별한 상황에서 사는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를 그리 특별할 것 없이 그려 보인다. 작가의 이러한 방식은 아버지만 두 명으로 이루어진 가족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로 이루어진 가족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를 별나지 않게 그려내었기에 가족 구성원의 다름에서 오는 갈등보다 청소년기에 응당 치러내야 할 통과 의례적인 갈등에 보다 집중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청소년 소설에 관한 수많은 정의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청소년 소설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아직 그 인생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혼란은 여전히 내 안에서 진행 중이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역시 진행 중인 무정형의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를 향해 여전히 꿈틀거리는 중인 시기의 이야기가 내가 아는 청소년 소설이라면 『특별한 호두』는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당선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조금 힘이 든 탓인지 걷는 속도는 조금 느렸지만, 걸음은 경쾌했다.”
앞으로 오랜 시간 청소년 문학의 길을 향해 걸어갈 이 특별한 작품의 작가에게 『특별한 호두』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문장으로 축하의 말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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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해 주신 응모자 여러분의 원고를 감사한 마음으로 심사했습니다. 소중한 원고를 보내 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응모자 여러분 모두 집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