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이지북 고학년 장르문학상 수상작 심사평

작성자
자음과모음
작성일
2025-04-30 14:30
조회
12092
제2회 이지북 고학년 장르문학상 수상작
대상: 오선이, 『록키즈 추리 대회』


🔖 제2회 이지북 고학년 장르문학상 수상작 심사평



2회를 맞이한 이지북 고학년 장르문학상 공모에 총 57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지난해는 첫 공모였던지 장르문학상이라는 공모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었으나 이번에는 추리,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여럿 응모되어 기쁜 마음으로 심사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공모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장르물이 아니거나 아예 아동문학이 아닌 작품을 응모한 경우를 볼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문학 장르는 무 자르듯이 획정할 수 없다. 장르의 벽을 치는 순간 그 경계에 머무르는 작품들이 우수수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르문학상’에 어떤 작품을 응모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는 장르의 경계선이 아니라 장르를 유지하는 미학적 구심력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제1회 이지북 장르문학상 공모전 심사평에서도 밝혔듯이 장르물은 대개 서사의 패턴이나 규칙이 존재한다. 이런 것이 존재하는 까닭은 서사의 경제성, 즉 좀 더 빠른 속도로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가기 위해서이다.


암암리에 이런 패턴이나 규칙을 승인한 독자들이 바로 장르문학의 독자들이다. 쉽게 말하자면, ‘그렇다 치고’라는 마음을 갖고 독서에 임하는 독자들이란 말이다. 그래서 장르문학은 장르에 따라서 높기도 하고 나지막하기도 한 진입 장벽이 있다. 이 장벽을 넘어선 독자들이 특정 장르에 대한 마니아가 된다. 그래서 장르물은 대중문학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결코 대중적이지만은 않다.


물론 장르 공식을 외우고 이에 맞게 쓰는 것이 좋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장르의 규칙이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장르의 속성이 그런 규칙을 만들어낸 것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물론 장르의 규칙은 언제든 창조적으로 파괴될 수 있으며, 이를 수행한 작품이 문학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반 장르물과 달리 아동문학의 장르물은 또 다른 미학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제1회 이지북 심사평을 살펴보기 바란다.






심사위원 이경혜, 황선미, 유영진은 응모된 작품을 나누어 읽고 6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온라인 1차 심사를 통해 『미래에서 굴러온 공』, 『붉은 붓과 괴물들』, 『록키즈 추리 대회』 이렇게 3편을 추렸다.


이지북 편집부 사무실에 모인 심사위원들은 최종심에 오른 작품을 놓고 집중적인 논의를 했다. 완성도를 먼저 살핀 뒤, 장르문학상에 맞는 작품인지, 기존 관념을 재생산하거나 재현의 윤리를 생각하며 글을 썼는지를 따져보았다.



『미래에서 굴러온 공』

이 작품은 변형된 타임슬립물이다. 보통 타임슬립물은 타임머신처럼 인물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거나 뜻밖의 일들로 시간 여행을 경험하는 사건을 그린다. 이 작품은 ‘미래에서 보내진 공’, 즉 타임머신 관련 장치가 등장하기에 전형적인 타임슬립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SF 특유의 경이감을 느낄 수도 없었기에 전형적인 SF작품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물론 이런 장르의 규약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뛰어난 작품은 이런 규약을 보기 좋게 깨부수며 장르를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구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라는 주제가 담긴 결말은 좋았다. 하지만 이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허술했다. 70여 년이라는 시공간을 넘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물리적 실체를 과거로 보낼 수 있다는 과학기술 설정을 쥐고 있음에도 단순히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정도에 그친 점도 아쉬웠다

왕따를 당하거나, 폭력성 가득한 아이들을 새로운 각도로 봐야 한다는 설정은 좋았으나 여전히 이런 인물에 대한 시혜적 시선이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 이 아이들을 형상화할 때는 외모라든가, 가족 구성과 같은 부분에서 낡은 관습에 의지한 점이 안타까웠다. 소수자를 재현할 때 어떤 윤리를 갖춰야 하는지가 2020년대 가장 중요한 화두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붉은 붓과 괴물들』

이 작품은 본심에 오른 작품 중 가장 큰 스케일을 가진 판타지였다. 류정 고택이라든가 지모신을 떠오르게 하는 가산 할머니, 북청사자놀음의 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산해라는 이름의 괴물 이미지는 우리 아동문학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한국적 판타지라는 장르를 떠올리게 했다.

대체로 어린이 서사에서 주인공이 창조한 괴물은 보통 자신의 내면을 상징한다. 빛이 되는 부분에 주목하면 이 괴물은 주인공의 용기를 상징하고, 그림자에 주목하면 다스려야 할 분노나 폭력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빛과 그림자 어느 면에 집중하든, 서사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이 괴물을 떠나보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서사의 종결이자 인물의 성장을 뜻한다.

누가 이런 법칙을 먼저 정해놓았기에 이런 장르적 규약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고 성장하는 방식이 그렇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이 이 점에 주목한 것 또한 이 작품이 단순히 허구적 서사를 그럴듯하게 창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삶의 진실을 보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 작품의 결정적 한계는 환상계 구조가 탄탄하지 않다는 점에 있었다. 인물의 필연성은 서사 구조의 기초 중 기초인데 거기서부터 흔들렸다. 가산 할머니는 누구인가? 왜 두아는 가산 할머니로부터 두아에게 세상을 구원하거나 망가뜨릴 수도 있는 붉은 붓을 받게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엄마가 요양원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필연적 까닭 없이 어린이가 세상의 구원자가 되어야 하는 설정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인간세계―중간계(온뎃)―흑귀 세계를 오가는 통로가 그때그때 다르다는 점도 혼란스러웠다.



『록키즈 추리 대회』

이 작품은 모든 응모작을 통틀어 가장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 상의 성격에 가장 어울리는 추리물이었다. 재현의 윤리라는 측면에서 기능적 악인을 동원하거나 어린이를 대상화하지 않고 그린 점 또한 좋았다.

어른들의 추리 탐정물들이 대개 범죄, 살인사건을 그리는 데 어린이 추리물은 독자의 특성상 이를 다루기 쉽지 않다. 이 작품은 장르물의 특성과 아동문학이라는 독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추리 대회라는 일종의 사고실험을 통해 이 한계를 잘 돌파하고 있다. 작품 내내 제기되는 진실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걸 넘어서 피해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윤리적 메시지까지 담긴 점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점은 시리즈물의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르물은 그 속성 때문에 곧잘 시리즈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시리즈가 되면서 더 힘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 작품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은 이 책 한 권을 넘어서 이어질 록키즈 탐정단의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하리라.

하지만 이런 시리즈물의 성격이 장점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 작품이 시리즈물의 서두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현실 사건이 아니라 추리 대회라는 허구 속 허구로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가 느끼는 서스펜스나 서사의 박진감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흥미진진한 추리 과정에 비해 결말이 싱겁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후반부에 접어들어 이 작품의 주제가 사건을 설계한 어른의 말로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들은 우리가 이 작품을 대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큰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심사위원 전원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내적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여 시리즈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며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하기로 했다. 수상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방정환의 『칠칠단의 비밀』이나 한정기의 「플루토 비밀결사대」 시리즈, 정은숙의 『명탐정 설홍주, 어둠 속 목소리를 찾아라』, 고재현의 「방구 탐정」 시리즈, 허교범의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처럼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추리물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록키즈 추리 대회』는 이 작품들의 전통을 이어가며 또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리라 기대한다.


응모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와 위로의 인사를 보낸다. 제3회 이지북 고학년 장르문학상의 주인공은 이 심사평을 꼼꼼히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심사위원 유영진(대표 집필), 황선미, 이경혜